프리드먼과 로버츠는 정규시즌 용

미국 스포츠에서 우승은 험난한 길이다. 결코 우연한 우승(Fluke)은 없다. ‘3월의 광란’ 대학농구 NCAA 토너먼트도 정상에 올라서려면 6번을 이겨야 한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필요한 포스트시즌 승수는 11승에서 12승이다. 와일드카드 팀은 12승이 필요하고 지구 우승 팀은 11승을 거둬야 한다. NBA와 NHL은 무려 16승이 필요하다. 감독의 우승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우승 감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는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정상에 올려 놓은 봅 브렌리다. 포수 출신의 브렌리는 감독 취임하자마자 우승을 맛봤다. Hall of Famer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 쌍두마차의 힘이었다. 브렌리는 4시즌째 중도에 성적 부진으로 해고됐다. 이후 다른 팀에서 감독 생활을 연장하지 못했다. 현재 방송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올 시즌 프랜차이즈 사상 역대 시즌 최다승 106승56패를 작성한 LA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워싱턴 내셔널스에 2승3패로 무릎을 꿇어 2019시즌을 마쳤다. 류현진에게는 디비전시리즈 3차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등판이 됐다. 다저스와 재계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다저스는 강력한 월드시리즈 진출 후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재격돌을 예상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의 스테레오 타입의 투수 운용으로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은 커녕 챔피언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했다. 팬들은 포스트시즌 때만 되면 분노 지수만 키우는 로버츠를 해고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구단은 10월9일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보따리를 산 뒤 다음날 곧바로 2020시즌도 로버츠에게 지휘봉을 맡긴다는 발표를 했다. 구단의 신속한 반응이었다. 무성한 소문의 시전 차단 속셈이다. 이어 10월14일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시즌 마무리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재계약이 마무리 단계며 106승을 올린 로버츠 감독을 해고할 이유가 없다는 팬들과는 동떨어진 반응을 드러냈다. 기자회견 내용은 자화자찬 수준이었다. 

야구의 정규시즌은 ‘제너럴매니저(GM)의 게임’이다. 40인 메이저리그 로스터와 25인 현역 엔트리 구성에 GM이 깊숙히 관여한다. 마이너리그 신인과 젊은 선수들의 승격 여부도 GM의 권한이다. 포스트시즌은 ‘감독의 게임’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하고 불펜 운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며 책임도 따른다. 프리드먼 야구단 사장과 로버츠 감독은 딱 정규시즌용이다.

정규시즌 최고 승률에 도취해 디비전시리즈에서 워싱턴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5차전 8회 백투백 홈런 허용은 과정일 뿐이다. 로버츠는 5차전 패배 후 기자회견 때 “챔피언시리즈 좌절과 세컨드게스 모두 나의 책임이다”고 인정했다. 말로만 책임이다. ‘세컨드게스(second guess)’는 경기 결과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뒷담화를 말하는 것이다. 즉 커쇼를 왜 7회 좌타자 애덤 이튼으로 끝내지 않고 8회 MVP 후보인 앤서니 렌든과 후안 소토를 상대하게 했느냐는 등의 물음은 세컨드게스에 속한다.

다저스가 오프시즌 어떤 프리에이전트 대어를 영입할지는 예측이 어려워도 여전히 막강한 전력이다. 그러나 문제의 포인트는 포스트시즌에서 11승을 거둘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다저스 팬들은 우승을 너무 오래 기다렸다. 

 
글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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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상열 라디오서울 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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