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Astra 브래드 핏을 만나다


우주 드라마 ‘애드 애스트라’(Ad Astra)에서 오래 전 외계 생명체를 찾아 해왕성으로 간 뒤 실종된 아버지(타미 리 존스)를 찾으러 우주여행을 떠나는 우주인으로 나온 브래드 핏(55)과의 인터뷰가 최근 베벌리힐즈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핏은 평소 사람이 다소 뻣뻣해 거리감을 느꼈는데 이날은 사람이 아주 싹싹하게 굴었다. “하이”하면서 만면에 미소를 띠우고 친구 대하듯이 정다웠는데 대답도 진지함과 농담을 섞어가면서 성실하게 했다. 55세라고 믿어지지 않게 젊은 모습이었는데 생기와 활력이 넘쳐흐르는 호남이었다.  


어렸을 때 우주인에 대해 매력을 느꼈었는가.

그들이 모험가요 탐험가라는 점이 어린 내겐 아주 로맨틱하게 들렸다. 에베레스트를 처음 정복한 힐라리 경이나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암스트롱이나 다 그런 사람들이다. 그들이 업적을 이루기 위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선 알지 못하면서도 막연히 동경했다. 그런데 난 암스트롱이 달을 걷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이 영화는 일종의 공상과학영화이기도 한데 역을 맡으면서 어떻게 그에 임했는지.

난 아직 한 번도 공상과학영화에 나온 적이 없다. 우주여행을 그린 공상과학영화는 내가 사랑하는 장르이다. ‘에일리언’은 내가 좋아하는 공상과학영화 중 하나로 아버지 허락을 받고 아주 어렸을 때 극장에서 봤다. 보고 반 했는데 그 후 배우가 된 뒤로 내게 맞는 공상과학영화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영화가 그런 내겐 독특한 경력이 될 작품으로 제임스 그레이 감독과 함께 3년 반 전부터 이 영화에 관해 얘기하다 이제 완성했다.
 

영화에서 당신은 독백을 많이 하는데 보통 때도 그런가.

너무 많이 속으로 말을 한다. 그것은 마음의 주절거림으로 거의 하루 종일 지속 되는데 잠 속에서도 중얼 대는듯 하다가 깨어났는데도 계속된다. 그 것을 끄는 일이 내겐 매우 힘든 도전이다.
 

그 말들은 당신에 대한 비판의 소리인지.

그렇다. 날 걱정하는 소리이기도 하고 때론 쓸데없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자아비판의 소리임에 분명하다. 이것들은 때로 함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난 하루에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맞자는 지혜를 배웠다. 그 좋은 예가 교통 혼잡마저 순순히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교통 혼잡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당신의 하루의 평화를 재는 중요한 척도라고 본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자면 항상 경계심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엔 마음이 큰 도움이 되진 못한다. 난 마음을 철저히 믿는 편은 아니다.    
 

우주복을 입고 무중력 상태에서 촬영 했을 때의 소감은.

고통스러웠다. 그 것은 마치 어렸을 때 눈이 쌓인 날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온 몸이 케이블과 고리들에 연결돼 이리 저리로 잡아 댕겨졌다가 풀어놓곤 했는데 참 힘들었다. 우주복을 입고 찍기 전에 먼저 나는 토하기 직전까지 뱅뱅 도는 연습을 해야 했다. 그러기를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불편이었다. 크리스천(베일)이 영화에서 (딕) 체이니로 분장하는데 6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것은 나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야 했으니 신난다고 멋지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당신이 우주에서 한 동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가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면 어디에 착륙하고 싶은가.

내 집 마당에 내린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내 집의 침대 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집을 오래 떠났다가 돌아가고 싶은 곳은 집이다. 난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러 곳을 방문했는데 마지막 가고 싶은 목적지는 언제나 집이다. 가 본 곳 중에 멋졌던 곳은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와 모로코와 사우스 아프리카였고 앞으로 여행하고픈 곳은 뉴질랜드와 사우스 아일랜드 그리고 칠레다.
 

가장 살고 싶은 장소는 어디인가.

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내 생의 마지막 부분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 하는. 왜냐하면 우린 일단 한 번 살 곳을 정하면 가족이나 직업 등의 이유로 그 곳에 정착하게 마련이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내 삶의 마지막 부분을 보낼 곳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산 속 어딘가에 살고 싶다.
 

당신은 언젠가 젊었을 때는 자신의 감정과 연결되기가 힘들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우린 느낌과 그에 대한 대응에 대해 공부하듯 배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난 매일같이 그 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지에 대해 연습을 한다.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따져보고  또 좌절에 빠질 땐 무엇이 나를 처음에 좌절케 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보통 그 원인을 알게 되고 따라서 거기서 빠져 나올 수가 있다.
 

당신은 우주를 신이 창조했다고 생각하는가. 우주의 신비를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먼저 신의 정의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주가 놀라운 점은 우리의 대기권 밖으로 나가면 그 세상은 절대적으로 알 수도 없고 또 신비하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시간을 변화시키고 물질을 분쇄하는 것이 있고 모든 것이 무한하다. 또 춥고 황량하며 살기 불가능한 모든 것이 신비에 싸여있는 곳이다. 우리의 생각을 넘어선 우리 세상과는 다른 절대로 그 것은 우리 보다 큰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난 그런 신비와 함께 살 수 있다. 이 신비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탐험해야 하고 또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질문의 답은 무한한 우주를 포함해 자연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당신의 인간으로서의 존재에 대해 얼마나 깨달았는지.

새로 태어나려면 죽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주는 고독과 암흑의 심연과도 같은 관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우주인이 되어 태양을 멀리하고 여행을 하면서 내가 겪었던 어두운 때를 생각했다. 고독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절연됐던 때를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과 꿈들은 당신을 죽일 수도 있고 또 계몽시킬 수도 있다. 우리의 태양계로부터 가장 멀리 떠나면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영화에서 당신은 남자다우려면 감정을 나타내지 않아야 된다는 것처럼 무표정인데 자랄 때도 그랬는가. 

그렇다. 난 감정 표현을 잘 할 줄 몰라 그 것을 아름답게 탐구하기 위해 영화에 이끌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 보다 훨씬 나아졌다.
 

당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는가.

내 아버지는 몹시 가난한 집에서 자라 내 아이들에겐 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하겠다고 되 뇌이시곤 했다. 그래서 그 뜻을 이루셨다. 따라서 나도 내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다 나은 삶을 살게 한 것인가를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영화에서 당신은 깊은 고독 속에 사는데 실제로 그것과의 관계는 어떤지.

고독한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그 것은 삶의 투쟁의 한 경험이다. 절망과 무의미와 무가치 같은 감정은 다 인생의 투쟁의 한 과정이다. 내 친구 중에 양로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하는 말이 노인들이 죽기 전에 하는 말은 경력이나 성공이나 소유했던 차가 아니라 사랑과 그 것에 대한 후회라고 들려 줬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매일 신경을 써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포도원에서 레드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에게 국제적 분위기를 익혀주고 또 외국어도 배우게 하려고 남프랑스에 머물렀을 때 그 곳이 포도원이 있는 곳이었다. 거기서 우리가 포도주를 위해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농부가 되 보기로 했다. 그래서 수세기 동안 포도원을 경영해온 집안의 사람과 동업자가 되어 포도주를 만들게 된 것이다. 아주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다. 그것은 예술 작업과도 같다.  
 

내면에 갈등이 생기면 거기서 어떻게 벗어나는가.

혼자 화랑에서 시간을 보낸다. 영화는 공동작업이지만 화랑에서 혼자 있으면 모든 것을 내가 떠맡게 된다. 의식 안에 잠겨 있는 것과 탐구해야 할 것들에 대해 곰곰 생각하곤 한다. 그 밖에는 활력을 주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들과 함께 자연을 찾아 거기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 두 곳이 내 갈등을 풀어주는 곳이다.    
 

당신이 가진 질문의 답을 어디서 찾는가.

책이다. 난 때때로 영적인 책을 읽곤 한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책을 읽는다. 그리고 명상을 한다. 또 심리상담자를 만나기도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친구들과의 대화가 가장 좋은도움이 된다.
 

죽음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그 때가 와 후회할 일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없기를 바란다. 죽기 훨씬 전에 후회할 일들을 다 처분하고 싶다. 후회란 누구나 다 하게 마련인데 남에게 후회할 일을 했으면 죽기 전에 해결하고 자신에 대해 후회할 일이 있다면 스스로를 용서하면 될 것이다.
 

외계에 생명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저 어딘가에 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은 하나 한편으론 꼭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모르겠다.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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