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마리아 밸리의 보석 프레스킬 Presqu’ile 와이너리

연말에 당일치기로 산타바바라의 와이너리 한 곳을 다녀왔다. 사실은 한두 군데 더 들르고 싶었지만 예약한 곳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고, 거기서 시간을 많이 보낸 탓에 더 이상의 탐험을 포기하고 얌전히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프레스킬 와이너리는 산타바바라 다운타운에서 1시간 넘게 북상하는 산타 마리아 밸리(Santa Maria Valley)의 가족 운영 와이너리다. 200에이커 산지가 드넓은 언덕에 치맛자락처럼 광활하게 펼쳐져있고, 언덕 꼭대기에는 건축가 테일러 롬바르도가 설계한 첨단 디자인의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곳에 올라서면 굽이굽이 포도밭 아래로 멀리 태평양 바다와 계곡들, 산타 마리아시와 101 프리웨이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루이지애나에서 살던 매디슨과 수잔 머피, 그들의 세 자녀 매트, 애나, 조나단이 약 10년전 설립했다. 가족 모두 와인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피노 누아 사랑이 각별했던 이들은 온가족이 함께 품질 좋은 와인을 직접 만들기 위해 서부로 이주했다. 프레스킬(Presqu’ile)은 ‘거의 섬’(almost an island)이란 뜻의 프랑스어로, 육지에 붙어있으나 섬 같은 반도 지형을 일컫는다. 포도밭에 둘러싸인 섬 같은 안식처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또 태풍 카트리나로 파괴된 머피 가족 별장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중·북가주의 여러 와인 산지에서 포도재배 및 양조 경험을 쌓은 장남 매트가 서부 산지를 샅샅이 훑으며 찾아낸 최적지가 바로 이곳 산타마리아, 산맥을 가로지르는 밸리를 통해 차가운 바닷바람이 흘러들어오는 특이한 지형 덕분에 연평균 65도의 서늘한 날씨가 이어져 최상품의 샤도네와 피노 누아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이다.

매트는 와이너리 경험을 쌓던 중 만난 스타 와인메이커 디어터 크로니에(Dieter Cronje)를 영입, 73에이커의 포도밭을 토양과 지형에 따라 여러 개의 작은 블록으로 나누어 수십 종의 다른 클론의 피노 누아, 샤도네, 소비뇽 블랑, 그리고 소량의 시라와 네비올로 품종을 심었다. 이외에도 인근 유명 산지에서 사들인 포도로 2008년 빈티지를 처음 생산했고, 이후로 매년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첫해부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프레스킬 와인은 인공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맛을 드러내는 양조법을 사용하고 있다. 포도농법은 100% 유기농이고, 배양효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야생효모로 발효시키고 있으며, 오크 영향도 최소화하여 거의 모든 와인을 새 오크가 아닌 뉴트럴 오크(neutral oak)에 저장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산타 마리아 밸리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순수한 피노 누아의 맛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산타 마리아 밸리에서 나오는 피노 누아의 특징은 스파이스(spice)라고 이곳 와인 안내자 캐머론은 설명했다. 과일향이 절제되고 흙과 허브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우아하고 델리킷한 맛이다. 이날 테이스팅에서는 3종의 피노 누아와 2종의 샤도네, 시라와 가메를 시음했는데 확실히 피노 누아는 다른 산지 와인과 구별되는 색과 향,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샤도네는 오키하지 않으면서 복합적인 맛이었고, 놀랍게도 시라와 가메(Gamay)도 굉장히 맛있었다. 또한 두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을 시음했는데 사실은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좋았다. 이스트 찌꺼기 제거를 늦추는(late disgorged) 스타일로 양조해서 샴페인처럼 깊고 섬세한 맛이 난다. 피노 누아 44~70달러, 샤도네 38~48달러, 스파클링 와인 65~85달러.  

일반 테이스팅($20)과 예약 투어($45~75)를 할 수 있는데 전속 셰프가 제공하는 푸드 페어링($10~26)을 함께 하면 좋겠다. 치즈, 크래커, 샤큐테리가 모두 환상적으로 맛있다.

www.presquilewine.com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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