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오브 호프’
크리스티나 소 본부장

진실성, 그리고 사람 대하는 기술

On June 8, 2018


 

31세에 지점장, 44세에 본부장이 된 뱅커.

크리스티나 소(46) ‘뱅크 오프 호프’(Bank of Hope) LA 한인타운 지역 본부장(senior vice president)은 대출부서 직원으로 시작해 초고속 승진, 한인 은행업계에서 최연소 지점장에 오른 인물이다.
 

대학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웰스파고’에서 파트타임 텔러를 했고, 졸업 후 ‘가주 외환은행’에 대출부서 직원으로 입사한 뒤 차근차근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오늘에 이른, 24년 경력의 뱅커다.

그녀가 뱅커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 것은 ‘진실성’(integrity)과 ‘사람을 대하는 기술’(interpersonal skill). 여기서 ‘진실성’이란 은행과 손님 양쪽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중립적으로 대처하면서, 돈을 다루는 일이기에 ‘돈을 돌 보듯’ 하는 윤리의식이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또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란, 사람 보는 안목이 있어 믿을 만한 사람과는 두터운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믿지 못할 사람에겐 깔끔하게 거절하는 판단력을 뜻한다.

31세에 지점장이 된 탓에, 봄에도 화사한 ‘샬랄라’ 스타일을 입으면 손님들과 직원들에게 자신이 더 어리게 느껴질까봐 옷도 검정, 회색, 남색 등 보수적인 색깔의 정장만 입고 살아왔다는 그녀.
 
‘젊은 상사’로서 외롭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이제는 이민 2세로서 한,미 양쪽의 문화를 알고 한인 사회의 성장을 돕는 것에 긍지를 느낀다는 그녀를 만났다.

 
소 본부장은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키고, 못하면 바로 ‘노’라고 말하는 것이 신뢰 관계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차별 싫어 ‘다시는 한인 은행은 안 간다’

72년생인 소 본부장은 세 살에 미국 이민 온, 거의 이민 2세다.

특이한 것은 그녀의 대학전공이 은행업계에서 흔한 파이낸스, 어카운팅, 마케팅이 아니라 심리학이라는 점이다. 교육대학원으로 진학해 교사가 되고싶었던 그녀는 ‘UC샌디에고’에서 심리학과 영문학을 각각 전공, 부전공했다.

은행과의 인연은 그녀가 대학 3학년이던 92년 ‘웰스파고’에서 파트타임 텔러를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최저임금은 시간당 6달러 수준이었는데, 텔러는 거의 14달러를 받았다고. 그녀는 대학 2년간 하루 2시간씩 텔러를 하면서 용돈을 벌었고, 졸업 후 대학원을 준비하던 중 ‘1년만 은행에서 일해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95년 ‘가주 외환은행’에 대출부서 직원으로 입사했다.
 
“당시엔 론오피서를 거의 남자만 뽑았어요. 저는 여자가 덜 우대받는 분위기, 그리고 현지 채용 직원이 한국서 온 직원보다 차별받는 분위기가 싫어서 2년 만에 ‘다시는 한인 은행은 안 간다’하고 그만 뒀지요. (웃음)”

 

성과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

이후 ‘수미토모’(Sumitomo) 일본 은행에서 론오피서 일을 배웠고, 수미토모 은행이 ‘캘리포니아 뱅크 앤 트러스트’에 합병되면서 그녀는 수미토모에서 많이 따랐던 그녀의 상사를 따라 99년 한미은행 AVP로 왔다.

2003년 31세에 가디나 지점장(branch manager)으로 발령나면서 업계 최연소 지점장이 됐고, 2016년 뱅크 오프 호프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윌셔은행의 미드 윌셔 지점장으로 갔을 당시엔 6,6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지점 예금액을 3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지금 그녀는 ‘뱅크 오브 호프’의 LA 한인타운 지역 본부장으로서 산하에 지점장 10명을 포함, 105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144억 달러의 자산규모를 갖춘 ‘뱅크 오브 호프’는 현재 미국 내 11개주에 60여곳의 지점과 8곳의 대출 사무소(LPO)를 운영하고 있다.

25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인 은행업계도 변화해, 이제는 필드에서 직접 뛰는 여성 지점장이 크게 늘었고 3명의 여성행장도 배출했다.
 
소 본부장은 여전히 직접 손님들을 만나고 사업체를 방문하며, 직원 대상으로 리더십 훈련을 시행하고 워싱턴 대학의 은행대학원(Pacific Coast Banking School)을 졸업하는 등 자기계발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숫자만이 아니라 사람 보는 눈

그녀가 뱅커로서 꼽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실성’과 ‘사람을 대하는 기술’.

‘진실성’은 은행과 손님 양쪽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중립적이면서도 정직성을 갖춰야한단 뜻이다. 또 ‘사람 대하는 기술’은 사람 보는 안목이 있다는 의미로, 손님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주되, 거절할 땐 거절하는 등 선을 지키는 능력이란 설명이다. 이같은 ‘사람 기술’은 그녀가 공부한 심리학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은행업계에 어카운팅, 파이낸스, 마케팅 전공자들이 많지만, 심리학이나 사회학, 인문학 등의 전공자들은 ‘사람 기술’이라는 특유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론오피서가 사업체를 상대할 때, 서류상의 숫자만 보는 눈이 아니라 ‘사람’ 보는 눈이 있어야하거든요. 인간 사이의 신뢰와 감정은 미묘해서, 이 관계를 판단하고 단단하게 지속하는 것은 뱅커로서 큰 능력입니다.”

 

한인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싶어

31세에 지점장으로 승진하고 보니 외로울 때도 많았다.

사업체 방문차 필드에 나가면 손님들로부터 ‘지점장 어디있느냐’는 질문도 자주 들었고, 열 살 많은 부하직원을 상사로서 대할 때는 일부러 더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느라 신경써야했다. 봄이면 입고싶음직한 화사한 옷들도, 좀 더 나이들고 카리스마 있게 보이기 위해 과감히 포기했다. 31세부터 늘 그녀의 복장은 검정, 남색, 회색 등 무채색 계열의 보수적 정장이라고.
 

직급이 위로 올라갈 수록 알아야할 지식을 갖추기 위해 다방면으로 공부해왔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어느덧 24년차 뱅커가 된 그녀는 한인 은행업계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다. 특히 2세, 1.5세 등 영어권 유입이 크게 늘면서 한인 은행업계도 한미 양쪽의 문화를 포용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그녀는 본다. 그녀의 역할은 그 중간 지점에서 교각이 되는 것이다.
 

또 미국 사회에서 한인 은행의 발전 가능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한인사회의 성장을 돕는 한편 개인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커리어 조언은 뭘까.
 
“대출 또는 오퍼레이션 등 은행에서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정해 부지런히 배워가길 권합니다. 꾸준히 실력을 키우다보면 기회가 오고, 승부욕이 있으면 더욱 좋고요.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길게 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결국은 뱅커도 인본주의를 기반한 직업입니다.”

 

뱅크 오브 호프’ 웨스턴 베벌리 지점 주소

253 N. Western Ave. L.A.

소 본부장 전화 : (213)427-6540



글 : 김수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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