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와인 영화들

Somm, Sideways, Bottle Shock…

On June 8, 2018

와인에 대한 세계적인 열기에 비추어보면 와인을 소재로 한 양질의 영화는 드문 편이다. 와인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기 때문에 와인에 관한 영화가 나오면 챙겨보는 편인데, 정말 잘 만들었다 싶은 작품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와인 영화는 두 종류로 나뉜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다. 그런데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가 더 많고, 퀄리티도 더 나은 것 같다.

드라마와 다큐를 통틀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사이드웨이즈’(Sideways 2004)다. 샌타바바라의 와인산지로 떠난 두 남자의 일탈과 소동을 그린 블랙 코미디인데, 재미도 있고 연기도 모두 좋고 촬영 아름답고 와인도 제대로 다루고 있어 누구에게나 강추하는 영화다. 이 영화 때문에 샌타바바라 관광객이 크게 늘고, 한동안 멀로는 지고 피노 누아가 뜨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났을 정도로 업계에 미친 영향이 지대했다.

드라마 중에서 그 다음으로 괜찮은 영화는 ‘내 아들이 되라’(You Will Be My Son 2011), 한국에서는 ‘포도밭의 후계자’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프랑스 영화다. 보르도의 포도원 운영을 둘러싼 가족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달아 충격의 비극을 맞이하는 상당히 강렬한 작품이다.

이 외에 ‘어 굿 이어’(A Good Year 2006)와 ‘구름 속의 산책’(A Walk In the Clouds 1995)이 있는데 둘 다 유치한 편이다. 러셀 크로가 로맨틱한 캐릭터로 나오는 ‘어 굿 이어’는 참을 수 없이 상투적이고, 단지 산해진미와 이탈리아 포도원 풍경을 보는 재미 외에는 볼 것이 없다. 키아누 리브스가 제대 군인으로 나온 ‘구름 속의 산책’은 나파 밸리 와이너리가 배경이지만 와인보다 로맨스가 주제인 영화다.

‘바틀 샥’(Bottle Shock 2008)은 유명한 1976년 ‘파리의심판’을 소재로 나파 밸리 ‘샤토 몬텔레나’의 샤도네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를 너무 극적으로 꾸민 것이 좀 그렇고, 레드 와인에서 1등한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 흠이다.

아직 보지는 못했으나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는 영화는 최근 개봉된 ‘다시 버건디로’(Back To Burgundy 2018). 브루고뉴 지방의 작은 포도원에서 아버지 사망 후 세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영화인데, 평도 엄청 좋고 배우 중에 진짜 와인메이커가 있어서 대충이 아니라 진지하게 와인을 다룬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중에서는 꽤 볼만한 것들이 있다. ‘한 해’(A Year in~)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버건디의 한 해’(A Year in Burgundy 2013), ‘샴페인의 한 해’(A Year in Champagne 2014), ‘포트의 한 해’(A Year in Port 2016)가 그것이다.

각 지역의 한해 포도농사와 양조과정, 사람들을 하늘, 땅, 지하, 파티에서 다각도로 보여주는데 볼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 정말 좋은 다큐다. 유명 와이너리와 와인메이커들도많이 나오고 경치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다른 한 해를 담은 필름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이 세편만 보아도 와인의 오묘한 세계에 흥건히 취하게 된다. 몇해 전 와이노들 사이에 화제가 됐던 ‘솜’(Somm 2012)과 그 속편인 ‘솜: 병 속으로’(Somm: Into the Bottle 2015)는 소믈리에들과 와인업계를 심층 기록한 다큐 영화로 역시 볼만하다.

특히 전작 ‘솜’은 가장 어렵기로 유명한 ‘매스터 소믈리에’ 시험을 준비하는 4명의 젊은이가 밤낮으로 겁나게 노력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속편은 스타 소믈리에들을 비롯해 와인업계의 수많은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와인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참고할 것은 페이스가 빠르고 전문용어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은 반드시 재미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몬다비의 글로벌 확장을 비판한 ‘몬도비노’(Mondovino 2004), 중국 와인의 무서운 성장세를 조명한 ‘레드 옵세션’(Red Obsession 2013), 록뮤지션 메이나드 제임스 키난이 애리조나 북부에 와이너리를 개간하고 와인 만드는 이야기를 따라다니는 ‘블러드 인투 와인’(Blood into Wine 2010) 등이 있는데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는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DVD,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보면서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되는 폐해가 있음도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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