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제5의 계절’

샌프란시스코 MOMA 화제의 전시

On June 8, 2018


더비 모자를 쓴 얼굴 없는 신사

벽난로를 뚫고 나오는 기차

방 전체를 채운 사과

공중에 떠있는 거대한 바위덩어리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사람의 아들’ 1964

 
‘이미지의 반역’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가장 수수께끼 같은 그림들을 그렸으나,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가장 불가해한 화가일 것이다. 하늘은 대낮인데 그 아래 마을은 한밤중인 풍경처럼, 그의 그림은 비상식이고 비논리적인데도 묘하게 눈길을 끄는 마력을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은 5월19일부터 10월28일까지 특별전 ‘르네 마그리트: 제5의 계절’(Ren Magritte: The Fifth Season)을 열고 있다.
 

마그리트의 작가생애 후반기, 1947년부터 1967년까지의 20년 동안 나온 70점의 회화를 보여주는 이 전시는 벨기에의 르네 마그리트 재단과 세계 각처에서 대여한 작품들을 한데 모은 대형기획전으로, 이중 20여점은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며,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에 집중한 미국 최초의 전시로 평가된다.

미 서부에서는 2006년 LACMA에서 열렸던 마그리트 전이 특이한 전시장 디자인(존 발데사리)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 이번 SFMOMA 전 역시 그에 못지않은 기대와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에 엄청난 변화와 영향을 미친 작가다. 그처럼 독특하고 독창적인 시선을 그림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낸 화가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처음부터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었다. 1920년 중반까지는 미래주의와 입체주의 성향의 작품을 그렸으나 조르조 데 키리코의 영향을 받으면서 초현실적인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특히 1940년대 유럽대륙 전체를 참화로 몰아넣었던 전쟁의 공포, 독일군의 벨기에 점령에 따른 극도의 혼란과 불안정성 속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고 새로운 방향과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철학적 의문을 시적 은유가 가득한 그림으로 던져놓는 그는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라도 살바도르 달리나 후앙 미로와는 크게 다른, 그만의 개성이 살아있는 독보적인 작품들을 제작했다. 주변에 있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것과는 전혀 다른 요소들을 작품 안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만들고, 불안과 유머, 환상과 실체가 뒤섞인 장면을 통해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신비하고 기이한 세계를 체험케 한다.

전시는 주제별 9개 갤러리로 나뉜다. 햇빛 초현실주의(Sunlit Surrealism), 바슈 시기(Vache Period),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비대(Hypertrophy), 모자 쓴 남자(Bowler-Hatted Men), 황홀한 영역(Enchanted Domain), 빛의 제국(Dominion of Light), 중력(Gravity), 비상(Flight) 등.
 

이 가운데 ‘황홀한 영역’은 마그리트가 1953년 벨기에의 그랜드 카지노에게 위촉받아 제작한 벽화로, 전체 길이가 236피트에 달하는 8개의 그림이 원형 룸을 둘러싸며 장식한 그의 가장 큰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4개를 볼 수 있는데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해외 뮤지엄으로 나온 것은 40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sfmoma.org (415)357-4000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151 Third St. San Francisco, CA 94103

글 : 정숙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