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시아노 현대미술관

올라푸르 엘리아손 대형설치전 볼만

On July 6, 2018


‘리얼리티 프로젝터’

 

마르시아노 아트 파운데이션(Marciano Art Foundation)은 LA 한인타운 지척에 위치한 좋은 미술관인데도 그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윌셔 길에 오랫동안 비어있던 스카티시 라이트 메이스닉 템플(Scottish Rite Masonic Temple)을 개축, 1년전 문을 연 마르시아노 미술관(이하 MAF)은 패션기업 ‘게스’(Guess) 창업주 폴과 모리스 마르시아노 형제의 컬렉션을 소장 전시하는 현대미술관이다.
 
입구의 조각공원에서부터 인상적인 작품들과 조우하게 되는 이곳은 전시 내용도 그렇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른 미술관들과는 많이 다르다.

일단 건물 내부와 외부에서 50여년의 시간과 역사가 읽혀진다. 1961년 밀라드 쉬츠가 비밀조직 프리메이슨을 위해 디자인한 빌딩은 곳곳에 암호 같은 디자인과 비밀스런 자취를 갖고 있는데, 개조하면서 2,000석 극장을 메인 갤러리로 바꾸는 등 대대적 수술이 가해졌지만 건물 외벽의 대리석 조각물과 벽화 등 건축물의 오리지널 디테일은 그대로 살려두고 있다.

프리메이슨이 건물에 남겨둔 수많은 유물(가발, 모자, 의상, 빛바랜 서류기록물 등)도 보존하여 일부는 3층에 따로 전시하는 등 역사성과 클래식 아우라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모카(MOCA), 브로드(The Broad), 해머(Hammer) 등의 현대미술관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소장품 상설전시장


그런 한편 MAF의 소장품은 아주 젊다. 마르시아노 형제가 아트 컬렉션을 시작한지 10년도 채 안됐기 때문이다. 원래 이들은 1980년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했었다. 처음에는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작품들을 구입하다가 차츰 포스트워 미술품과 콘템포러리 아트로 옮겨간 이들은 불행히도 1991년 미술시장이 붕괴하자 크게 실망해 소장품의 대부분을 매각해 버렸다.
 
그런데 그때 처분한 작품들(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빌렘 드쿠닝, 장 미셸 바스키야 등)이 훗날 경매시장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면서 뼈아픈 교훈을 얻은 형제는 2009년 새롭게 미술품 수집을 시작했고, 이제 콘템포러리 아트에만 집중했다.
 
현재 1,500점에 달하는 소장품은 90%가 지난 8년 동안 수집한 것이고, 대부분 1990년대 이후 작품들이다. 마크 그로찬, 스털링 루비, 폴 매카시, 다카시 무라카미, 마이크 켈리 등 유명 현대작가들로부터 떠오르는 신진들인 아날리아 사반, 오스카 투아존, 욘 보(Danh Vo)까지 망라한다. 200여명의 소장 작가 중에 한국인은 하종현, 양혜규, 이우환이 있다.
 
MAF는 1층과 2층에서 기획전을 유치하고, 3층의 대형 갤러리에서 소장품을 정기적으로 로테이션하며 상설 전시한다. 현재 1층 대형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메인 기획전은 덴마크 작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리얼리티 프로젝터’(Olafur Eliasson: Reality projector)로, 오감의 압도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초대형 장소특수적 설치물이다. 8월26일까지.
 
엘리아손은 시각미술에 자연, 철학, 과학, 건축 등 다른 분야를 융합한 다양한 설치작업으로 ‘21세기 미술의 신천지를 구현한 작가’로 꼽힌다. MAF의 ‘리얼리티 프로젝터’는 원래 극장이었던 갤러리의 기존 구조물에 움직이는 조명을 투사함으로써 1만3,500스케어피트의 거대한 공간을 3차원의 모바일 추상화로 변모시킨 대형작업이다.

빛과 색깔, 소리, 그림자의 움직임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관람객은 역동적인 자유와 자아감을 체험할 수 있다.

입장료와 주차는 무료지만 입장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목·금·일 오전 11시~오후 5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marcianoartfoundation.org (424)204-7555

4357 Wilshire Blvd. LA, CA 90010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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