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부모님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흔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미국 유산 상속법에서 이에 반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어 한국정서의 마음으로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김씨 가족 사례입니다. 김씨네는 딸이 셋 있습니다. 한 부모에게서 나왔다지만 딸 셋이 다 제 각각입니다. 첫째딸은 시집가서 하는 일마다 실패해 아직 집 한 칸 없이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둘째딸은 부잣집으로 시집가 잘 살고 있으나 늘 시댁에 신경 쓰느라 친정에는 뜸합니다. 막내딸은 김씨 부부가 40이 넘어서 난 늦둥이 입니다. 두 부부가 행여 땅에 닿을까 손주 키우듯 그리 키웠고 막내는 자기 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이 되었습니다. 김씨네 부부도 어느덧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두 노인은 유산 상속을 위해 변호사를 찾아가 Living Trust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Living Trust란 개인이 사망 시, 개인이 미리 정해 놓은 내용대로 개인의 유산이 상속 분배될 수 있도록 만드는 법적 서류입니다. 김씨 부부는 부모가 모두 사망 시, 유산이 세 딸들에 모두 똑같이 상속되도록 Living Trust를 만들었습니다. 자, 이리 해놓고 할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셨네요. 홀로 남은 할머니, 막내딸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더해갔고, 할머니와 막내딸 둘이서만 단짝처럼 지냈습니다. 가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이런 할머니에게 살짝 치매 증세가 보이기 시작하네요.

기본적인 기억력의 쇠퇴는 물론, 막내딸만 빼놓고 모두가 도둑이라고, 없던 일도 만들어 큰소리 내는 날이 빈번해지네요. 이를 걱정한 식구들, 할머니에게 병원 진단을 받아보자 하니, 멀쩡한 할머니 병자로 만들어 살아 생전에 재산 뺏으려 한다고, 할머니와 막내딸, 난리 난리 부리네요. 자, 이때, 막내딸, 할머니 모시고 변호사 찾아가 할머니 돌아가신 후 전 재산이 막내딸에게만 상속되도록 Living Trust 고쳐 놓습니다.

캘리포니아 유산 상속법은, 법적인 하자가 없는 한, 상속을 남기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상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따라서, 자식이 많은 경우, 어느 특정 자녀에게만 상속을 하겠다 하여도 법에 위배되지는 않습니다. 자, 그럼 김씨 할머니와 막내딸이 고쳐 놓은 Living Trust는 과연 100%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김씨 가족의 사례 얘기는 지면 관계상, 오늘은 요기까지입니다. 요즘 100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김씨 가족과 유사한 문제로 변호사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가 얼마를 받느냐, 상속의 양도 중요하겠지만, 때론, 한부모에게서 나온 자식의 위치를 잃게 만드는 상속, 남은 가족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정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는 걸까요?

신혜원 변호사

(213)385-3773 3435, Wilshire Blvd., Suite 2230 Los Angeles, CA 90010

글 : 신혜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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