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와인도 블렌딩 추세

여러 품종 섞어 새로운 맛 창조

On August 3, 2018

좌측으로부터 conundrum, hugel, belleruche

 
와인 양조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 블렌딩(blending)이다. 이것은 가장 균형잡힌 와인을 양조하기 위해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품종을 섞어 결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어떤 품종을 얼마의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와인 맛이 크게 달라지고, 숙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블렌딩은 여러 품종을 섞기도 하지만, 같은 품종도 다른 지역이나 다른 포도밭에서 나온 것을 섞기도 하고, 다른 오크통에서 숙성한 것을 섞기도 하며, 때로 다른 빈티지의 와인을 섞어서 새로운 맛을 창조한다.

그런데 레드 와인은 블렌딩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섬세하게 블렌딩 한 와인일수록 고가에 거래되는 반면 화이트 와인은 블렌딩을 거의 하지 않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레드 와인의 경우, 보르도 와인은 블렌드가 너무 중요해서 카버네 소비뇽·멀로·카버네 프랑·프티 베르도·말벡 등 5개 품종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와인이 탄생한다. 론 지방 샤토뇌프 뒤파프의 경우는 더 복잡해서 그르나슈·시라·무르베드르·생소·쿠누아즈·카리냥·뮈스카르델·픽풀 등 무려 13~15개 품종이 블렌딩에 사용된다.

그런데 화이트 와인은 가장 일반적인 것이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섞는 보르도의 화이트 와인과 마르산·루산·그르나슈 블랑·피카르뎅 등을 섞는 샤토뇌프 뒤파프의 화이트 외에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화이트 와인도 여러 품종을 섞어서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하는 와인메이커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여러 품종을 섞은 화이트 와인(Gemischter Satz)이 양조돼왔으나 농부들이 마시는 싸구려 와인으로 여겨지던 것이 최근 질적으로 크게 향상돼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접한 알자스 지방 역시 수세기 전부터 화이트 블렌딩 와인이 양조됐으나 어느덧 단일 품종의 와인생산에 더 힘을 쏟아왔다. 그러나 요즘 이 지역에서는 주 품종인 리즐링·게부르츠트라미너·뮈스카와 함께 피노 블랑·실바너·샤글라 등을 섞어서 향기롭고 신선하며 드라이 한 와인을 만들어 크게 환영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다양한 화이트 블렌드가 시도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그 존재가 미미하다. 사람들은 샤도네는 샤도네의 맛을, 소비뇽 블랑은 그 특유의 맛을 원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요즘 와인샵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당히 우수한 화이트 블렌드 와인들이다.


비오니에 포도


2015 Conundrum by Caymus California White Blend ($18)

나파 밸리의 유명한 케이머스 와이너리가 1989년부터 생산해온 화이트 블렌드로, 샤도네·소비뇽 블랑·세미용·비오니에·머스캣 카넬리를 섞은 것이다. 열대 과일의 향이 풍요롭고 기품 있는 맛.

2016 Hugel ‘Gentil’ Alsace ($11)

알자스의 유명 와이너리 위겔이 매년 다른 블렌딩으로 신선한 맛을 선보이는 와인. 리즐링·피노 그리·실바너·게부르츠트라미너·뮈스카 등을 섞어서 가볍고 우아하며 산도 높은 미네랄의 풍미가 느껴지는 와인을 양조한다.

2016 Edi Keber Collio Bianco ($30)

슬로베니아에서 나오는 질좋은 화이트 블렌드. 350년 동안 와인을 양조해온 케버 가문에서 2008년 처음 내놓은 화이트 블렌드. 프리울라노·말바시아·리볼라 지알라의 세 품종을 섞어서 무게감이 있는 풀바디의 특이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2017 Massican Annia White ($30)

나파 밸리에서 특이한 화이트 와인을 양조하는 마시칸 와이너리의 화이트 블렌드. 리볼라 지알라·토카이 프리울라노·샤도네를 섞은, 사과와 복숭아 향이 부드럽고 싱그러운 와인이다.

2016 M. Chapoutier Côtes-du-Rhône ‘Belleruche’ Blanc ($17)

론 지역의 유명 와이너리 M. 샤푸티에가 만드는 고품격 화이트 와인. 사과와 감귤류, 열대과일의 균형잡힌 맛이 느껴지는 가볍고 산도 높은 와인이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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