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말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은이), 이용재 (옮긴이) | 윌북

가장 세밀하고 감각적인 ‘색의 지도책’. 색깔을 향한 관심과 허기를 채워줄 본격 컬러 책으로 색깔의 탄생 스토리부터 변천사, 색이 지닌 메시지에 대해서 역사, 사회, 문화, 정치, 예술, 심리까지 오가며 색에 관한 놀랍고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선사한다.

저자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여성 패션을 연구하며 색소와 염료, 색조 등 색의 좀 더 깊은 세계에 탐닉했으며 <이코노미스트>에서 ‘책과 미술’ 코너를 진행했다. 이 책은 <엘르 데코레이션>에 3년간 실렸던 ‘색상 칼럼’ 중에서 대표 컬러들 75가지를 엮은 것으로, 연재 당시 관련 전문 직업군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모았다.

우리는 12색 세트, 많아야 64색 세트 물감에 익숙하지만, 이 책에서 색을 하양, 노랑, 빨강, 자주, 파랑, 초록 식으로 계열별로 묶어 이야기 한다. 노랑만 해도 블론드, 인디언 옐로, 나폴리옐로, 갬부지, 오피먼트 식으로, 파랑의 경우 울트라마린, 코발트, 인디고, 프러시안 블루, 세룰리안 식으로 촘촘히 나뉜다. 낯선 색깔 이름뿐 아니라 색의 사연들이 그려낸 미시적 세계사와 인류학적 고찰이 더 흥미롭다.

색감에 대한 인식은 시대와 사회상에 따라 변해 왔다. 예를 들어 ‘소녀는 분홍, 소년은 파랑’이라는 생각은 백년 남짓 된 고정관념이다. 100년 전, 1918년 6월 미국의 한 무역전문지에는 “소년은 핑크, 소녀는 파랑이 일반적으로 통하는 규칙이다. 핑크는 더 단호하고 강인한 색이고, 파랑은 더 섬세하고 앙증맞아 예쁘기 때문”이라는 글이 실려있다.

19세기 런던, 오스카 와일드가 노란 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다가 체포됐다. 죄목은 ‘음란죄’. 무슨 영문일까? 당시 프랑스의 선정주의 소설들이 선명한 노란색으로 표지를 장식한 탓이었다. 오늘날 선정적 출판물을 뜻하는 ‘빨간 책’이 당시 유럽에선 ‘노란 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한 일부 화가와 사상가 들에게는 노란색은 현대성과 아름다움, 퇴폐적 움직임의 상징으로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적 질서를 거부하는 색이기도 했다.

2012년 영국의 숙박업, 관광 연구 저널에 따르면, 빨간색 옷을 입은 여종업원은 남성 고객한테 팁을 26%나 더 받았다고 한다. 빨간색은 전통적으로 권력, 욕망, 공격성을 상징한다. 서양에서 빨간색은 적어도 중세부터 섹스의 색, 매춘부의 색으로 인식됐다.

고상한 자줏빛, 또는 레드와인을 떠올리는 ‘티리안 퍼플’은 권력과 왕족의 색이었다. 이 색의 원료는 바다달팽이에서 얻는데, 한 마리에서 단 한 방울의 즙이 나오므로 25만마리를 잡아야 염료 1온스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희소성과 노동력 때문에 가격이 금은값에 버금갔다. 고대 로마에선 오직 황제만이 티리안 퍼플 옷을 입을 수 있었으며 위반자는 사형이었다.

카키색(흙색)은 19세기 페샤와르(지금의 파키스탄 북동부)에서 인도군 수비대를 양성한 관리가 군복 색깔로 처음 도입했다. “흙의 땅에서 병사들이 보이지 않기를 바랐던” 의도의 결과는 혁신적이었다. “몇천년 동안 용사는 상대를 겁주기 위해 눈을 확 사로잡는 복식을 차려 입었”으나 20세기 들어 항공 정찰과 무기의 발달로 눈에 잘 띄는 군복이 치명적 결과를 낳으면서는 카키색이 군대의 상징색이 됐다.

고흐가 집착에 가까운 애착을 보인 ‘크롬 옐로’는 1762년 시베리아의 한 금광에서 발견된 진홍색 수정인 홍연석에서 나온 광물 안료다. 아름답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단점 때문에 고흐의 1889년작 ‘해바라기’가 점점 시든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패션, 뷰티, 인테리어, 하다못해 요리까지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컬러 감각이 요구되는 시대다. <컬러의 말: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는 매일 컬러를 다뤄야 하는 사람에게는 컬러에 대한 깊은 영감을, 컬러와 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컬러를 제대로 이해하는 안목을 선사해주며 컬러에 대한 가장 세밀하고 감각적인 이야기를 전해줄 것이다.

 

송명국, 알라딘 로데오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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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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