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터레이 와인 컨트리 1

질좋은 피노 누아·샤도네 생산지

SLH 등 인기 와인산지로 급부상

On August 31, 2018

 
와인을 많이 마셔본 사람이라면 SLH 라는 글자가 낯이 익을 것이다. 산타 루치아 하일랜드(Santa Lucia Highlands)의 약자인데 질 좋은 피노 누아와 샤도네의 레이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포도산지의 지명이다.
 
그러니까 와이너리 이름 밑에 SLH라고 쓰여 있으면 이곳에서 나온 포도를 사다가 만들었음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것이고, 그만큼 우수한 와인산지라는 뜻이다. 산타바바라는 물론이고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에서 나오는 많은 유명 와이너리의 병 레이블에 SLH가 적혀있다는 사실은 나파, 소노마, 산타 바바라보다 더 좋은 포도를 생산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다.
 
SLH는 나파와 소노마에서 약 200마일 남쪽의 몬터레이(Monterey) 와인산지에 속해있으며 카멜(Carmel)과 바로 인접해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역이 요즘 가장 핫한 와인산지로 떠오르는 중이다.
 
와인 인튜지애스트(Wine Enthusiast) 잡지는 수년전 몬터레이 와인 컨트리를 ‘세계 10대 와인여행지’의 하나로 꼽았고,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는 4년 연속 이 지역에서 나온 피노 누아를 캘리포니아 전체에서 나온 피노 중에서 최고 등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니 한번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더구나 운전 거리도 나파와 소노마보다 짧은 편이니 주말에 다녀오기 부담 없는 코스여서 이달 초 2박3일 일정으로 와인 트립을 다녀왔다. 그 김에 샌프란시스코까지 올라가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전시 중인 ‘르네 마그리트: 제5의 계절’을 관람한 것은 더할 수 없이 즐거운 경험이었다.
 
몬터레이 카운티는 캘리포니아에서 프리미엄 포도재배 면적이 나파 밸리보다도 넓은 지역이다. 생산량이 파소 로블스의 거의 3배에 달하며, 소노마보다는 약간 적은 정도로 집계된다.


 
18세기 스페인 선교사들이 처음 포도나무를 심었으니 그 역사가 200년이 넘었지만 오랫동안 잊혀져 야채 농작지로 사용되다가 1980~90년대 이후에야 조금씩 와인산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살리나스와 인접한 이 지역 일대는 ‘미국의 샐러드보울’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금도 와인 산지라기보다는 야채 생산지로 유명하고, 많은 포도원이 채소 농사를 함께 짓고 있다.

 

현재 몬터레이 지역에는 약 350개의 포도원과 82개의 와이너리가 산재해있는데 이 수치는 2012년 이후 2배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니까 와이너리보다 포도밭이 훨씬 많고, 여기서 재배되는 포도의 50% 이상이 다른 지역 와이너리들에게로 판매되고 있다.
 
이 지역이 아직 와인산지로 각광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와이너리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파 밸리처럼 멋진 건물과 테이스팅 룸을 지어놓고 방문객을 맞는 곳은 무척 드물고, 대부분 관광지인 카멜 바이더 시(Carmel by the Sea)와 카멜 밸리에 테이스팅 룸을 열고 있어서 와인 여행의 경험이 크게 다른 점도 변수의 하나라 하겠다.
 
카멜 시에는 곳곳에 테이스팅 룸이 많기 때문에 걸어서 돌아다니며 시음하기가 쉽고, 수많은 상점과 식당들과 섞여있어서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포도밭의 경치와 여유를 즐기며 와인을 마시는 여행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함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와이너리들조차 주말인데도 테이스팅 룸이 한산(사실 그 편이 훨씬 좋았지만)한 풍경이었고, 차라리 카멜에 있는 테이스팅 룸이 더 붐비고 활기찬 느낌이었으니 장단점이 있다고 하겠다.
 

이번 여행에서는 모건(Morgan), 버나두스(Bernadus), 샤이드(Sheid), 실베스트리(Silvestri), 한(Hahn Family), 래스(Wrath)를 방문하고 시음했다. 다음 주부터 이곳 와인들에 대해 소개한다.

글 : 정숙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