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F 야요이 쿠사마 설치전

‘튤립의 방’ LA의 새로운 명물

On September 7, 2018


 

LA에서 야요이 쿠사마 설치작품 전시가 풍년을 이루고 있다.

2015년 개관한 더 브로드(the Broad) 뮤지엄은 벌써 3개의 쿠사마 작품으로 관람객을 자석처럼 끌어 모아왔다. 개관과 함께 설치된 소장품 ‘수백만광년 너머의 영혼들’(Souls of Millions of Light Years Away, 2013)은 지금도 한번 방에 들어가려면 적잖은 대기시간을 거쳐야 하고, 올해 3월 사들여 설치한 또 다른 소장품 ‘영원을 향한 염원’(Longing for Eternity, 2017) 역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더 브로드는 또 작년 10월에 쿠사마 미국 순회전 ‘무한거울의 방’(Infinity Mirror Rooms 2016)을 유치했는데, 유료 티켓(25달러)이 판매 시작 1시간 만에 5만장이 매진됐고, 다시 4만장을 추가로 판매했을 때도 2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간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르시아노 미술관(Marciano Art Foundation)이다. MAF는 최근 쿠사마의 이머시브 작품 ‘튤립을 위한 나의 모든 사랑으로 영원히 기도하리’(With All My Love For The Tulips, I Pray Forever, 2011)를 구입하여 7월말부터 무기한 전시하고 있다.


 
3층의 1,700스케어피트 전시실에 설치된 이 작품은 방에 들어가는 순간 흰 배경에 빨간색 동그라미만 가득 찬 공간에서 잠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바닥, 천정, 벽은 물론이고 3개의 튤립 조형물이 모두 같은 패턴의 연속이기 때문에 기분 좋게 공간 감각을 놓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흰 바탕에 빨간 ‘땡땡이’ 이미지가 워낙 밝고 선명하고 동화적이어서 밀폐된 거울의 방에서 갖는 체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훨씬 개방적이고 자유로우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체험 작품이다.
 
더 좋은 것은 MAF는 시간 예약제로 관람객을 받기 때문에 언제나 한산하고 쾌적하다는 점이다. ‘튤립의 방’도 한 번에 들어가는 사람 수를 15~2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방에 머무르는 시간도 2분을 주기 때문에 더 브로드의 1분보다 여유있게 감상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MFA의 대표 모리스 마르시아노는 쿠사마의 조각 작품을 여러점 소장하고 있는데 2017년 뉴욕에 전시된 이 설치작품을 보고 즉시 매혹돼 거액을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주요 현대미술관으로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MAF가 ‘튤립의 방’을 계기로 관람객이 늘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작년에 개관한 MAF는 그동안 여러 번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점점 더 좋은 미술관이라는 인상을 받고 있다. 기획전도 매번 상당히 수준이 높고, 소장품 전시도 자주 바뀌는데 현대미술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큐레이트 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열고 있는 ‘미친 세상’(Mad World) 역시 무척이나 흥미로운 전시다.
 

한편 계속되는 쿠사마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의 덕분이라고 말한다. 쿠사마의 작품이 워낙 사진 배경이미지로 좋은데다 ‘무한 거울의 방’에서 찍은 셀피가 소셜미디어에서 무한 복제되면서 다들 그 방에 들어가 실감하고 몰입하는(immersive) 경험을 널리 공유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강박적인 예술세계를 통해 자폐증과 정신적 고통을 극복해온 89세의 아날로그 작가가 디지털 세대 젊은이들의 감성에 어필하는 현상이 신기할 뿐이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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