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성인 질병 예측 ‘베이스라인 프로젝트

암 치료와 관련 가장 안타까운 점은 치료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치료 가능한 암이 이미 말기에 발견되는 비율은 상당히 높다. 암 권위자 샘 갬비르 스탠포드 대학 박사는 2015년 아들을 뇌종양으로 잃은 뒤 암 발병을 조기에 예측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갬비르 박사가 현재 진행 중인 ‘베이스라인 프로젝트’(Project Baseline)는 건강 수치가 정상인 사람에게 암과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 대변, 소변을 통해 암과 심혈관계 질환 등 미국인에게 치사율이 높은 질병의 발병을 예측할 수 있는 ‘신종 표지’(New Markers)를 찾아내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다. 스탠포드 대학, 듀크 대학, 생명 공학 기업 ‘베릴리’(Verily)가 공동 진행하는 프로젝트 앞으로 약 4년간 실시될 예정으로 연구에 참여할 성인 자원자 1만 명을 모집 중이다.     

베이스 라인 프로젝트가 기존에 실시된 연구들과 크게 다른 점은 두 가지다. 과거 연구들은 이미 질병이 진행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베이스 라인 프로젝트는 건강한 성인만 참가자로 모집하고 있다. 각 참가자를 대상으로 수집하는 자료의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양이 방대하다는 것도 기존 연구와 크게 다른 점이다. 마이크로 바이옴 분석, 유전자 염기 서열 작업, 각종 정밀 촬영(스캔), 인지 능력 검사과 같은 구제적인 조사가 이뤄질 계획이다. 베릴리가 제작하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통해 참가자들의 수면 패턴과 심장 박동, 신체 활동량 등의 기록도 연구 자료로 수집된다. 장내 기생 ‘세균주’(Bacterial Strains), 동맥 내 플래크 및 칼슘 양 등 조사를 통해 수집된 자료는 연구 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해당 참가자들과도 공유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참가자들과 공유할 경우 건강한 사람에게 오히려 질병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크립스’(Scripps) 연구소의 에릭 토폴 ‘유전체학’(Genomics) 박사는 “조사가 너무 구체적으로 진행되다 보면 ‘우발적인 발견’(Incidental Findings)이 이뤄질 수 있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는 추가 조사로 이어지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토폴 박사도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으로 미국인 약 100만 명의 생체 자료를 수집, ‘생체 자원은행’(Biobank)을 구축하기 위한 ‘올 오브 어스’(All of Us) 연구에 참여 중이다. 올 오브 어스 연구 역시 유전자 정보를 참가자들과 공유할 계획이지만 공유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토폴 박사는 “의학 연구계도 ‘민주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라며 “예측하기 힘든 부작용을 피해 조사 자료를 참가자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스 라인 프로젝트에서는 토폴 박사의 우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연구원들에 따르면 암이나 대동맥류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 증상이 발견되면 해당 참가자가 정밀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곧바로 통보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들은 폐 엑스 레이를 통해 작은 양성 종양이 발견되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스로 암 유발 원인이라고 진단한 뒤 상당히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연구팀이 밝혔다. 

연구원 찰린 웡 박사는 “대부분 참가자의 경우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 발견이다”라며 “그래도 참가자들의 우려를 최소하면서 조사 결과를 통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밀 진단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도 있지만 베이스 라인 프로젝트와 같은 연구를 지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각종 디지털 웨어러블 기기로 자신의 건강 자료를 직접 측정하는 이른바 ‘자가 건강 측정’(Quantified Self) 움직임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베이스 라인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그룹에 속한다. 현재까지 베이스라인 프로젝트에 등록된 참가자는 약 2,000명이며 프로젝트 규모가 확장될 경우에 참가 의사를 밝힌 자원자도 이미 수천 명에 달한다.

1948년부터 ‘프래밍험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와 같은 대규모 종단 연구가 실시된 적이 있지만 참가자들이 대부분 백인으로 인종별로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베이스라인 프로젝트의 경우 백인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및 기타 인종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 중으로 인종별 질병 위험 요인에 대한 연구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연구팀이 밝혔다. 이미 올해 초 베이스 라인 프로젝트에 참가한 멕시코계 미국인 간호사 로사 곤잘레즈(57)는 주변 히스패닉 친구 10여 명에게도 참가를 권유하고 있다. 곤잘레즈 간호사는 “기존 연구 중 히스패닉계 질병을 연구하면서 조사 대상에 히스패닉계가 빠진 연구가 많다”라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갬비르 박사에 따르면 베이스 라인 프로젝트는 2013년 구글 경영진이 인간 건강에 대한 획기적인 연구를 시도해 보자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갬비르 박사의 제안으로 건강한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암 유발 초기 표지에 대한 연구가 주요 과제로 베이스 라인 프로젝트에 포함됐다.

글 : The 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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