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초에 의존하는 미국 노년층 급증

 올해 66세인 셰리 혼 10년 전 발가락 골절상을 입고 나사와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수술 부위에서 시도 때도 없이 통증이 발생했다. 혼은 ‘칸나비디올’(Cannabidiol) 성분의 연고를 바른 뒤에야 통증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칸나비디올은 대마초에서 추출된 노란색 고체 성분이다. 그러나 대마초 성분의 연고는 그녀의 어깨 부위에 발생한 ‘윤활낭염’(Bursitis)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에는 듣지 않았다. 이번에는 T.H.C.와 칸나비디올 성분이 혼합된 ‘팅크제’(Tincture)를 사용해야만 통증이 가라앉았다. T.H.C.는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대마초의 주성분이다. 저녁 식사 후에는 ‘블루 드림’(Blue Dream)이란 제품명의 대마초를 파이프를 사용해 흡연하는 그녀는 “정신적인 안정을 얻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혼이 시의원으로 재직 중인 가주 라구나 우즈는 대다수 주민이 은퇴 노인인 대표적인 시니어 커뮤니티다. 이곳에 거주하는 노년층 이웃 중에는 혼 의원과 비슷한 일상을 갖게 된 이웃이 적지 않다. 혼 의원은 “80대에서 90대 심지어 은퇴 공군 대령도 대마초를 통해 안정을 찾고자 한다”라며 “지인 대부분이 종류만 다를 뿐 대마초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혼 의원의 남편 할(68)도 잠을 청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마초를 사용하고 있다. 관절염과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통, 허리 통증과 불면증 등 증상만 다를 뿐 의료용 대마초를 찾는 라구나 우즈 노인 주민이 증가하자 인근 샌타애나 시에 위치한 대마초 판매점 ‘버드앤블룸’(Bud and Bloom)은 무료 버스까지 동원해 노인들을 업소로 실어 나르고 있다. 버스에 탑승한 노인들은 점심 식사와 함께 ‘시니어 할인’까지 제공받는 혜택(?)을 받고 있다. 

노인 환자 전문의들은 노년층의 대마초 사용은 의료용 대마초 사용 합법화를 시행하는 주가 늘수록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타와 미주리 주가 의료용 대마초 사용 합법화 주에 동참한 지난 중간 선거 이후 워싱턴 D.C.와 33개 주가 현재 의료용 대마초 사용을 허용하고 기호용 대마초 사용이 합법화된 주도 10개 주로 늘었다. 현재 연방정부는 대마초를 헤로인처럼 치료적 가치가 없는 ‘스케줄 아이’(Schedule I) 약품으로 분류해 사용을 불법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마초 사용 합법화 지지는 부모 세대와 달리 대마초가 낯설지 않은 베이비 부머 세대 증가와 함께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50세~64세 연령층이 부모 세대에 비해 최근 대마초 사용 경향이 높다는 최근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듀크 대학 메디컬 센터 완화 치료과 책임자인 데이빗 캐사렛 박사는 “믿기지 않겠지만 당신의 부모도 대마초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다”라고 대마초 사용과 관련된 최근 추세를 강조했다. 

캐사렛 박사와 듀크대학 정신과 전문의 조슈아 브리스코 박사는 최근 ‘미국 노인 의학회지’(the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노년층과 의료용 대마초를 주제로 기고한 글을 통해 대마초 사용 합법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작용이 없는 통증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대마초가 여러 증상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이 브리스코 박사의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브리스코 박사와 캐사렛 박사는 의료 전문인의 적절한 처방 없이 자가 치료 목적으로 대마초를 사용하는 노년층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실제로 매우 다양한 형태의 대마초 제품과 사용 방법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사용자가 많고 이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우려도 매우 높다.

라구나 우즈 거주자 조이 캐비아니안(55)은 파킨슨병으로 인한 몸 떨림 증상을 치료하고 싶은 마음에 대마초 사용을 고려했다. 떨림 증상이 치료되어야 그녀의 소중한 취미 활동인 도자기 공예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인데 대마초에 대한 궁금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캐비아니안은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해도 괜찮을지, 수면에 별 영향이 없을지 등이 걱정이었는데 결국 조금씩 사용해가면서 익숙해졌다”라고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수주 간에 걸친 시도 끝에 공예 스튜디오에 가기 40분 전 혀 밑으로 팅크제를 복용하면 통증 완화 효과가 약 4시간가량 지속되는 것을 터득(?)했다. 브리스코 박사는 “사회적 지지와 법안 통과가 치료 효과 입증을 위한 연구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라며 “각종 사용법이 효용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아직 증거가 충분치 않다”라고 우려했다. 

캐사렛 박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입증된 대마초의 효용은 당뇨병, 대상 포진 등으로 인한 신경성 통증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의 부작용인 중독 증상 없이 완화시켜준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대마초가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한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식품 의약국’(FDA)도 대마초의 일부 치료 효과를 인정해 대마초 주성분인 T.H.C.이 함유된 치료제 두 종류를 승인했다. 브리스코 박사는 이 밖에도 소규모 연구를 통해 대마초가 다발성 경화증으로 인한 근육 경련 경감, 암이나 에이즈 환자들의 식욕 증진 효과, 숙면 효과 등이 있음이 증명됐다고도 설명했다. 반면 불안 증세나 우울증 치료에 대한 효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마초의 일부 치료 효과가 이처럼 인정받고 있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약물 신진대사 작용이 젊은 층과 다른 노년층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노년층은 대마초 사용으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낙상 사고를 입기 쉽고 차량 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대마초 사용 방식에 따라 사용 뒤 약 6~9시간 동안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토니 양 조지 워싱턴 대학 공공 의료 서비스 및 정책 연구원은 FDA가 지난 6월 대마초 성분 의약품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 판매를 허가한 결정이 의료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최근 ‘미국 의사협회 신경학회지’(JAMA Neurology) 기고문을 통해 전망했다. 양 연구원은 “의사들이 다른 목적의 ‘오프 라벨’(Off-Label) 약품 처방이 가능해졌고 다른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실험의 길도 열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디케어는 이미 의료용 대마초 구입비를 보조하지 않고 있으면 일반 의료보험을 통한 구입비 보조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마초 제품 판매 업체가 제공한 무료 버스에 탑승하는 라구나 우즈 노인 거주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아랑곳없이 매달 본인 비용 약 100달러~200달러를 대마초 구입에 지출하고 있다. 캐서린 맥코믹(53)도 그중 한 사람이다. 맥코믹은 인공 무릎 관절 수술 뒤 밀려온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부프로펜, 옥시코돈과 같은 고용량 진통제와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항우울증 치료제 그리고 알콜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의료용 대마초 사용 수개월 만에 각종 진통제를 끊었고 생활의 활력을 얻었다”라며 “대마초 구입비 지출이 아깝지 않다”라고 말했다.


글 : The 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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