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프라니요, 리오하의 간판 와인

진하지 않은복합적 풍미가 일품


On April 13, 2018

 


 

요즘 자주 마시게 되는 와인이 템프라니요(Tempranillo)다. 일부러 찾아서 마시는 것도 아닌데 식당에서나 모임에서 여러 셀렉션 중에 무심코 하나를 골랐을 때 흡족감이 확 밀려오는 경우 다시 들여다보면 템프라니요인 때가 많다.

이름이 생소한 사람들도 있겠으나 템프라니요는 스페인 리오하(Rioja) 지방에서 나오는 레드 와인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심는 포도품종이다. 몇 년전 리오하 여행에서 이들의 와인 역사와 전통을 알게 된 경험도 있고, 최근 스페인의 공격적인 와인 수출로 전보다 자주 만날 수 있게 된 덕분에 부쩍 친근감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실제로 요즘 가격 대비 가장 맛있는 와인 두가지를 들라면 템프라니요와 카바(Cava, 발포성 와인)를 꼽겠는데, 둘다 스페인 산이다. 세계 시장에서 아직 약세이고 저평가돼있기 때문인데 그러나 개인적으론 유럽산 구세계 레드와인 중에서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와인이 스페인 와인이란 생각이 든다.

보르도는 얼마큼 숙성해야 제 맛을 내기 때문에 어린 것을 잘못 열면 떫고 거칠어서 마시기 힘들고, 이탈리아 산은 가볍고 산도가 높아서 음식과 매치하기는 좋지만 그냥 마실 때는 잘 넘어가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런 한편 나파 밸리, 칠레, 호주 등 신세계 레드 와인은 너무 진하고 오크 향이 강해서 때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그에 비해 템프라니요는 카버네 소비뇽과 피노 누아를 합쳐논 맛이라고 할까. 레드 와인의 복합적인 풍미를 가졌지만 너무 진하지 않고, 산도가 높지 않으면서 잘 익은 과일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영 할 때는 딸기와 자두 맛이 신선하며 발랄하고, 잘 익은 후에는 가죽과 토바코 향미가 은은하게 배어들어 기품이 느껴진다.
 

스페인은 세계 3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포도밭 면적으로 치면 세계 최대여서 전 국토의 광활한 지역에 포도원이 산재해있다. 이베리아 반도의 와인 양조 역사는 로마 점령 훨씬 전인 기원전 4,000~3,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요즘 같은 와인 생산이 본격화된 것은 1986년 이후로, ‘와인 르네상스’라 할만큼 대대적인 양조작업의 현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런 한편 수천년 이어져온 전통을 고수하는 보데가(bodega, 와이너리를 말한다)들도 아직 버티고 있어서 전통과 현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구세계와 신세계를 잇는, 잠재력이 엄청난 와인산지이기도 하다.

템프라니요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품종이고, 레드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북부 리오하가 주요 산지다. 리오하 외에서도 많이 심고 있는데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특이하다. 고급 와인산지인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에서는 틴토 피노(Tinto Fino)라 하고, 그 외에도 센시벨, 틴토 델 파이스, 울 데 레브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포르투갈에서는 틴타 로리즈(Tinta Roriz)라 하여 포트 와인 블렌딩에서 주품종으로 사용하고 있다.

 

리오하의 ‘로페즈 헤레디아’ 테이스팅 룸


 

리오하 산 템프라니요를 찾을 때는 숙성연한을 나타내는 용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조벤(joven)은 오크통 숙성하지 않은 아주 영한 와인을 말한다. 크리안자(Crianza)는 2년 숙성 후(1년 오크통 포함) 출시된 와인, 레제르바(Reserva)는 3년(1년 오크통) 숙성된 와인, 그란 레제르바(Gran Reserva)는 6년 숙성(2년 오크통)후 출시된 와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오래 숙성한 것일수록 맛있고 값도 비싸다. 남가주의 와인샵에서 크리안자는 10~15달러, 레제르바는 20~35달러, 그란 레제르바는 40달러 이상에 살 수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템프라니요를 재배하고 있으나 적합한 토양이 아니어서 블렌딩 품종으로 사용하고 있고, 오레곤 남부와 텍사스가 최적의 산지로 꼽히면서 생산량이 늘고 있다.

템프라니요는 품종 자체가 중성적인 성질을 띠고 있어서 블렌딩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내며 음식과의 페어링에서도 자유롭게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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