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매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많은 약속을 하곤 합니다. 자신에게 다짐하는 약속, 가족을 위한 약속. 가정법에서도 부부간에 맺은 많은 약속들이 법정에서 이슈가 되곤 합니다. 김씨 부부 사례입니다. 김씨 아저씨는 결혼해서 살면서 술과 여자 문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데다 인물도 훤칠하고 돈도 있고 하다 보니 주변에 공짜 술 좋아하는 친구 아닌 친구들과 여자들이 늘 꼬이곤 했습니다. 술에 취해 실려 들어 온 다음 날에는 아저씨 머리 속은 마치 텅 빈 새둥지모냥 새하얗기만 하고 남은 것이라곤 전 날 입었던 옷에 새겨진 립스틱 자국 뿐입니다.

이러면서도 김씨네 가정이 깨지지 않고 유지되어 온 것은, 사고 한 번씩 치를 때마다, 아저씨 닭 똥 같은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아줌마 마음 풀릴 때까지 엎드려 빌어왔기 때문이지요. 아저씨, 말로만 비는 것이 아니라, 매번 눈물 어린 참회서, 서약서를 자필로 써서 아줌마에게 바치곤 했습니다. 그렇게 모아진 서약서가 책 한 권은 족히 될 분량이네요. 자, 그 많은 약속과 맹세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고 김씨 아줌마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습니다. 아줌마, 아저씨 자필 서약서 묶음을 가지고 이혼 변호사 찾아갑니다. 변호사, 서약서 묶음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니, 아저씨가 다시 한번 술 먹고 사고치면 전 재산을 아줌마에게 넘기겠다는 내용이네요.

자, 여기서, 캘리포니아주 가정법은 아무리 개인이 배우자로서 과실이 많았다 하더라도, 개인의 부도덕적인 행위에 근거해 이혼 시 개인의 재산권을 박탈하지는 않습니다. 아줌마, 이런 변호사 설명을 듣더니 꾸깃꾸깃 서류 하나를 또 꺼내네요. 변호사가 보니, 꺼내든 서류는 김씨네 집에 대한 Quitclaim Deed였습니다. Quitclaim Deed란 공동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에 대하여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양도하는 서류를 말합니다. 김씨 아줌마가 꺼낸 Quitclaim Deed는 김씨 아저씨가 집에 대한 자신의 모든 권리를 김씨 아줌마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으로 공증도 제대로 되어있고 이미 오래전에 카운티에 등록도 되어져 있네요. 자, 변호사 왈, ‘법은 Quitclaim Deed를 통해 부부간에 부부 공동 재산을 개인 사유재산으로 그 성격을 바꾸는 것을 허용하고 인정해 줍니다. 단, 법적으로 몇가지를 더 따져야 할 것들이 있기는 합니다.’ 김씨 아줌마, 변호사 얘기 듣고 김씨 아저씨의 눈물로 쓴 서약서 묶음은 가방에 쑤셔 집어넣고 Quitclaim Deed는 가슴에 고이 안고 돌아가네요.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하게 되는 새로운 약속들.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불이행에 따르는 책임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성숙된 각오. 돼지해에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 보시지요. 

 

신혜원 변호사
(213)385-3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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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혜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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