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즐기면 기쁨이고 여자가 즐기면 외설인가?

개인 마사지기, 정자 카운터기, 가상 현실 포르노. 전자 기술을 활용한 성인용 완구 들로 이른바 섹스 토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모두 ‘국제 전자 제품 박람회’(CES)를 통해 전시된 바 있는 제품들로 이중 두 제품은 CES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하지만 핸즈프리 섹스 토이인 ‘오세’(Ose)의 경우는 예외다. 오세 역시 CES 혁신상 수상 제품으로 결정됐지만 수상 결정 3주 만에 수상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오세 제작 업체 로라 디칼라의 로라 하독 창업자는 CES측의 취소 이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독에 따르면 CES 측은 해당 제품이 외설적이고 음란하며 심지어 세속적이어서 수상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라며 수상 결정 3주 만에 이메일을 통해 취소 이유를 보내왔다고 한다. CES 측은 박람회를 주관하는 ‘소비자 기술 협회’(CTA)의 이미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까지 덧붙이며 수상 취소 결정을 재차 확인했다. 하독은 “(기술 업계)의 변화를 의미했던 수상 소식이 취소돼 매우 놀라고 화도 났다”라며 “‘음란하고 외설적이며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제품에 적용된 기술이 혁신적이지 않다’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라고 수상 취소 결정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에만 18만 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전 세계 방문객들로 북적였던 CES는 자타 공인 세계 최대 전자 제품 박람회다. 그래서 소규모 스타트업에게 CES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제품 특성상 일반 언론과 소셜 미디어 상에서의 홍보가 제한된 성인 용품 제조 업체들에게 CES는 천금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오리건 주립대학 ‘원형 개발 랩’(Prototype Development Lab)의 존 파미지아니 디렉터가 하독을 만난 시기는 하독이 그녀의 스타트업(현 ‘로라 디칼로’)을 막 창업한 2017년이다. 파미지아니 디렉터는 첨단 기술과 관련된 자문을 구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직접 찾아다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독의 스타트업이 무슨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인지 전혀 모르고 미팅 장소에 나갔다”라는 파미지아니 디렉터는 “그녀가 갑자기 ‘스물 몇 살 때에야 처음으로 진정한 오르가슴을 느꼈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독은 이어서 “내부와 외부의 동시 자극으로 처음 느껴본 오르가슴 덕분에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의 흥분을 느꼈다”라며 “어떻게 하면 이 같은 흥분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골몰하기 시작했다”라고 했다고 한다. 파미지아니 디렉터와 하독의 인연이 그래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하독은 이미 섹스 토이 제작을 위한 52가지 기술 관련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고 아이디어를 파미지아니 디렉터와 공유하며 본격적인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섹스 토이는 철저히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신조를 지닌 하독은 주변 여성들을 상대로 각기 다른 성감대와 음핵의 위치까지 파악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핸즈프리 섹스 토이 오세는 올해 가을쯤 시판될 예정이며 예상 가격은 약 250달러다. 사용자들에 따르면 오세는 기존 제품과 달리 진동이 크지 않은 반면 가벼운 자동 움직임이 공기 흐름과 함께 주는 자극이 만족스럽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8개의 특허가 신청된 상태인 오세 제작팀에는 로보트 및 인공 지능 전문가, 디자인 부분 기계공학 박사 과정자 등 여러 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CES 측 관계자가 오세 제작 업체 측에 다시 보낸 이메일에서는 제품이 외설적이라는 기존 이유에서 한발 물러서 로보트 및 드론 부문을 포함, 오세가 해당되는 제품 부문이 없다며 변경된 수상 취소 이유를 알려왔다. CES  주관 기관인 CTA의 개리 사피로 대표는 뉴욕 타임스에 보낸 서한을 통해서 “해당 업체 측에 수상 취소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라며 “CES 대상 제품 항목 중 오세에 해당되는 항목이 없기 때문에 혁신상 수상 대상에서 제외됐어야 했다”라고 재차 수상 취소 이유를 밝혔다. 사피로 대표는 또 “CES는 전문적인 사업 박람회로 성인 영화와 성인 기구 등 성과 관계된 제품이 행사의 일부분이 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오세 제작 업체인 로라 디칼로 측은 CES의 결정이 성차별적이라는 내용의 발표문을  CES 첫날인 지난 1월 8일 공개했다. CES가 성차별 문제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기술 업계 관계자 여러 명이 CES 기조 연설자로 여성이 2년째 배제됐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결국 CES는 올해 혁신상 심사 위원 89명 중 20명을 여성을 채웠고 여성 및 유색 인종을 위한 기술 업체에게 약 1,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CES에 여성용 제품이 전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이 접목된 유축기, 임신 주기 추적기, 스킨케어 용품 등 다양한 여성용 제품이 출품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만을 위한 제품은 없고 여성이 남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6년 성건강 관련 제품 제조 업체 ‘오마이보드’(OhMiBod)가 선보인 케겔 운동 기구가 CES로부터 상을 수여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오마이보드가 수상 업체로 선정된 이유는 여성의 건강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남성의 성적 만족과 생식을 위한 제품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오세 제작 업체인 로라 디칼로 외에도 여성용 섹스 토이라는 이유로 CES 참가를 거절당한 업체는 많이 있다. 성 기구 제품 제조 업체 ‘언바운드’(Unbound)는 CES가 성차별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이유로 아예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 언바운드는 제품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대중교통 광고 게재를 거절당하기도 했다. 성욕 개선 기구인 ‘피에라’(Fiera) 역시 지난 2015년 건강 및 기술 부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CES로부터 문전 박대를 당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여성용 스마트 진동기 업체 ‘리오네스’(Lioness)도 CES 참가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글 : The 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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