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필하모닉 ‘슈만 포커스’

낭만주의 거장의 음악을 조명한다

On April 27, 2018


 
구스타보 두다멜
  
 

서양음악사에는 시련으로 점철된 음악인들의 사연이 숱하게 많지만 슈만처럼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작곡가도 흔치 않을 것이다. 특히 당대의 뛰어난 음악인들이었던 슈만과 클라라와 브람스의 러브스토리는 어떤 영화나 소설로도 묘사하기 힘든 상실과 아픔의 여운을 들려준다.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은 독일의 츠비카우라는 도시에서 출판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음악과 문학에 심취, 훗날 위대한 음악평론가로 활약하게 될 토대를 쌓았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대에 진학했으나 피아니스트가 꿈이던 그는 유명한 피아노 교수였던 프리드리히 비크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으면서 비크의 외동딸 클라라와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슈만보다 9세 어린 클라라는 그때 이미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서 유럽 전역에 연주여행을 다니던 신동이었고, 과도한 연습으로 손가락을 다친 슈만은 작곡과 음악 평론으로 진로를 틀게 된다. 1834년 창간한 ‘음악 신보’를 통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슈만이 무명의 브람스를 ‘베토벤을 이을 대가’라며 음악계에 등용시킨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비크 교수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법정 탄원까지 간 후에야 1840년 결혼에 성공했고, 행복하고 안정된 결혼생활에서 슈만은 클라라에게 바치는 숱한 명곡들을 작곡했다. 그러나 이 기간은 얼마 지속되지 못했고, 슈만은 우울증과 정신병에 사로잡혀 환청과 공포감에 시달리게 된다. 급기야 라인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했으나 구조됐고, 자진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가장 대표적인 낭만주의 작곡가로 불리는 슈만은 시적이며 철학적이며 독창적인 음악을 많이 남겼다. 슈만의 개성과 매력은 가곡들과 소품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표현된 눈부신 피아노 독주곡들은 내적 친밀함이 담긴 걸작들로 꼽힌다.
 

정신병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회복기에는 작곡을 계속했던 그는 4개의 교향곡과 다양한 협주곡 및 관현악곡을 남겼으며 오페라(‘게노베바’)도 작곡했다.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은 2017-18 시즌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슈만의 음악을 조명하는 6개 이벤트를 진행한다. ‘슈만 포커스’(Schumann Focus)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슈만의 4개 교향곡과 피아노 협주곡, 첼로 협주곡, 오라토리오 ‘천국과 페리’, 그리고 실내악곡들을 잇달아 들려준다. 독주자들은 뛰어난 슈만 해석가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Mitsuko Uchida)와 첼리스트 솔 가베타(Sol Gabetta).
 

특별히 마지막에 연주될 ‘천국과 페리’(Das Paradies und die Peri)는 슈만이 19세기 시인 토마스 모어의 책을 읽고 감동해 작곡한 대작으로, 종교적 내용이 아니라 페르시아 신화가 원전인 동화적 모험을 그린 성악과 관현악 곡이다. 바그너도 찬사를 보낸 이 작품은 드물게 연주되는데 이번 디즈니홀 프로덕션에서는 공연연출가 피터 셀라스(Peter Sellars)와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이 상상을 뛰어넘는 무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1. 미츠코 우치다 / 2. 솔 가베타


 

5월17·18일 : 피아노 콘첼토(미츠코 우치다 협연)와 심포니 1번(‘Spring’)

5월19·20일 : 피아노 콘첼토(미츠코 우치다 협연)와 심포니 2번

5월22일 : 실내악 연주회. 현악사중주 1번과 2번, 피아노 사중주(E-flat)

5월24·25일 : 첼로 콘첼토(솔 가베타 협연)와 심포니 3번

5월26·27일 : 첼로 콘첼토(솔 가베타 협연)와 심포니 4번

6월1·2·3일 : 오라토리오 ‘천국과 페리’


www.laphil.com (323)850-2000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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