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에는 술 한잔도 안 된다고? 프랑스 여자들은 잘만 마시던데…

여자들은 임신 중에 조심해야 할 것이 많은데 특히 먹는 것이 그렇다.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커피 등 카페인 음료, 인스턴트 식품, 날생선, 탄산음료, 밀가루 음식, 자극적인 음식, 심지어 파인애플이나 알로에를 금하는 문화권도 있다. 하지만 식사 중에 와인 한두잔 정도야 어떨까? 많이 마신 여자들도 건강한 아이 잘만 출산하던데… 이 문제에 관해 캘리포니아의 산부인과 의사인 닥터 젠 건터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다음은 그녀의 글을 요약한 것이다. 

임신했을 때 먹지 말라는 음식 중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이 알코올이다. 그런데 프랑스 여자들은 마시지 않나? 그리고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엄마가 임신 중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모두 이렇게 잘 자라났으니 말이다. 나의 어머니도 나를 임신했을 때 정기적으로 위스키와 진저에일을 마셨고 담배도 피웠다고 한다. 그랬어도 나는 23세에 의과대학을 졸업했을 만큼 명민한 딸로 자랐다. 

그런 내가 임신 중 술은 절대로 한 방울도 마셔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 다들 놀란다. 이것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의 소견이다. 태아기 알코올 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얼마만큼의 알코올 양이 이 증후군에서 안전한지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임신 중 음주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수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한때는 술이 임신부의 휴식과 진통 효과를 위해 권장되기도 했다. 심지어 병원에서는 조기분만을 막기 위한 자궁수축억제 효과를 위해 정맥주사로 처방되기도 했다. 

그러나 1973년 란셋 지에 태아기 알코올 증후군(F.A.S.D.)에 대한 중요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술이 태아의 성장변화, 독특한 얼굴특징, 그리고 뇌 발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즉 알코올이 태아 기형유발 물질임이 처음 밝혀진 것이다. 

1988년 연방의회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알코올음료에 “임신부는 기형 위험 때문에 마셔서는 안된다”는 문구를 써넣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훗날 여기에 음주운전 경고문도 추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사이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임신한 여성에게 술을 금지하는 것은 가부장적 메시지’라거나 ‘여성은 자기 몸을 제어할 권리가 있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임신 중 술 마시고도 멀쩡하게 아기 잘 낳고 예쁘게 키우는 프랑스 여자들은 어떻게 된거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임신하고 술을 마시는 여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실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임신 사실을 알고나서 술을 마신 여성은 11.5%였는데 이들의 72%는 임신 전체 기간을 통틀어 5온스 이하의 와인을 딱 한잔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의 미국 데이터를 보면 F.A.S.D. 비율이 생각보다 높다. F.A.S.D.의 신체적 특징을 구별할 수 있는 연구진이 미국 내 4개 커뮤니티에서 3,000여명의 어린이를 평가했더니 적게 잡아서 1.1~5%의 어린이, 즉 20명중 1명이 이 증후군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태아기 알코올 증후군이 자폐증보다 더 많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임신한 여성의 최소 10%는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임신부에게 술을 금지하는 것은 성차별이 아니다. 나야말로 성차별이나 가부장적 잔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선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자기 몸에 대한 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가부장제와 반대되는 진정한 힘이라고 믿는다. 

글 : 정숙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