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e에서 부통령 딕 체니역의
크리스천 베일


 

역을 위해서 체중을 수십 파운드씩 늘렸다 줄였다 하는 크리스천 베일(44)은 바싹 마른 몸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바이스’(Vice)에서 보여준 배가 나온 과체중의 부통령 딕 체니의 모습과 너무 달라 놀랄 지경이었다. 아역배우 출신의 베일은 이 역으로 제76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코미디/뮤지컬 부문)을 탔다.  

베일과의 인터뷰가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영국 웨일즈 태생이어서 액센트가 있는 발음으로 대답했는데 매우 신중했다. 눈초리가 매섭도록 강렬했는데 가끔 유머를 섞어가며 진지하게 질문에 답변했다. 인터뷰 후 사진을 찍을 때 필자가 “정말 잘해냈다”고 칭찬하자 베일은 “댕큐”라며 미소를 지었다.  


체니 역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그가 어떻게 그와 같은 권력의 세력과 부담과 책임을 매일 같이 감당해 낼 수가 있었는지를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나 같으면 그런 자리에서 도망갔을 것이다. 이 역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과연 내게 그런 권력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고 또 세상과 인생을 보다 낫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힘이 있어서 잘못을 해도 괜찮을 괴물이 되어 복수를 하거나 세력을 마구 휘두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체이니를 괴물로 여기고 있는데 괴물은 반드시 머리에 나치 마크를 하고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폴로셔츠와 카키 바지를 입고 있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체니를 악인으로 여기고 있는데 역을 맡으면서 그런 고정 관념과 떠나 그를 표현하려 했는지.

그를 그저 악인으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를 봤다면 영화 내용이 할리웃의 진보주의자들이 좋아할 너무나 빤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체니는 결코 악마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그는 전범으로 감옥에 가야할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런 것들을 떠나 나의 정치적 견해를 떨쳐버리고 그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내가 내 정치적 견해에 신경을 썼다면 영화를 망쳤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체니를 참으로 이해하기 위해 그의 마음 상태를 지니려고 노력했다.   
 

그의 매너리즘을 수용해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했는가.

물론이다. 끝없이 그를 관찰했다. 체니 노릇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내가 체니와 동일한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로 감회가 깊었다. 그리고 뉴욕의 트윈 타워가 무너져 내렸을 때 체니가 어떤 심정이었을 가를 생각했다. 과연 나라면 그에 어떻게 대처했을까하고 자문했다. 이와 함께 정치란 얼마나 우스꽝스런 것인지도 알게 됐다. 여러 가지로 이 영화는 나를 전적으로 혼란에 빠지게 한 걸작이다.  
 

이 영화가 요즘의 미국의 상황과 어느 정도 연결되었다고 보는가.

그는 미국의 정치 판도를 바꿔놓은 사람으로 그의 중동문제에 대한 정책은 지금까지도 존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극단적으로 갈라놓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자기가 한 일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기가 한 일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에게 반대했다간 살아남지 못했다. 강인한 마음을 지닌 막강한 사람이었다. 그의 영향은 지금까지도 워싱턴에 드리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 체니와 그의 아내 린과의 관계는 동지이자 연인처럼 그려졌는데 린이 그를 성공시켰다고 보는가.

체니는 로맨스 소설의 표지에 올라야할 사람이다. 그는 아내의 인정을 받기 위해 온 정성을 다 쏟은 사람이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를 변화시킨 사람이다. 그 후 그는 성공과 실패의 몇 단계의 과정을 통해 부통령까지 된 것이다. 그는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환하게 안 사람으로 정계에서 삽시간에 부통령이라는 막강한 세력을 쥐게 됐는데 이는 린이 없었더라면 이루질 못했을 것이다. 린은 자기와 결혼한 사람은 그 누구라도 부통령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체니도 이 말에 동의했다.
 

체니는 아들 부시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했지만 진짜 대통령은 부시가 아니라 체니라는 말을 들었는데.

맞다. 체니 대통령이었는데 그가 정부의 모든 정책을 결정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체니는 부시의 연임 정부 때는 부시의 눈 밖에 벗어나긴 했지만 부시의 첫 행정부에서는 사실상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체니는 자신의 그런 위치를 뽐내진 않았다. 그는 자신이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하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으로 자기 주인을 기쁘게 해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유능한 하인이었다. 그는 권력에 대해 엄청나게 야심이 큰 사람이었으나 그 권력을 반드시 자신이 차지하기보다 타인이 차지하기를 원했다. 나는 체니가 민주주의의 느린 실천과정에 대해 참지를 못했던 사람이라고 본다.
 

권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볼 때는 그의 가장 좋은 면을 보도록 배워 나도 그대로 했다. 그러나 사람의 좋은 면이 언제 흉측한 모습을 갖추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권력을 쥔 사람들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처럼 이중성을 지니고 있어 그가 진짜로 권력이 있는 사람인지를 모르게 행동하는 수가 많다. 나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체니를 연기한 나에 대해 얘기하기를 원치 않는다. 체니가 무엇을 생각했으며 또 무엇을 믿었는지를 생각하면서 그것들에 대해 따져보기를 바란다. 인자하고 아름답고 훌륭한 사람이라도 끔직한 일을 하기도 한다. 반면 흉악한 사람일지라도 때로 좋은 일을 할 때도 있다. 그것은 두 방향으로 난 도로와도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권력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실 누가 언제 권력을 쥘지 모르는 일이어서 우린 모든 사람을 조심스럽게 관찰해야 한다고 본다.
 

역을 위해 체중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에 대해 아내와 가족들이 걱정이라도 하는가.

아내는 내가 체중이 늘수록 좋아한다. 자기가 더 날씬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처럼 마른 것을 싫어한다.
 

체중의 변화가 당신의 개성에 어떤 영향이라도 미치는가.

그렇다. 난 날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에 괘념치 않는다. 체중이 늘면 기분이 좋고 내가 강하다고 느껴지곤 한다. 반면 체중이 줄면 감정적이 되고 신경이 예민해진다. 체중이 줄면 육체적으로 더러운 것을 제거할 뿐 아니라 감정적 정신적으로도 내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연기에 대해 어떻게 임하는가.

가끔 사람들이 날 보고 메소드 배우라고 하는데 난 연기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맡은 인물인척 하면서 그와 함께 동행 할 뿐이다. 역을 맡을 때마다 그 인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거기에 날 전적으로 맡긴다. 난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연기엔 감독과의 협력이 아주 중요하다. 애담 맥케이 감독과도 이 영화를 만들면서 호흡이 잘 맞아 어떤 경우는 장면을 완전히 바꾸기도 하고 또 내가 즉흥적으로 말한 대사를 쓰기도 했다. 그는 배우의 창조성을 중요히 여기며 그것을 격려하는 감독이다. 
 

정치인 역을 한 사람으로 요즘 미국의 처지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린 지금 괴이한 원시시대에 살고 있다. 장기간의 혜택이나 사랑을 생각하는 대신 그저 권력을 차지하려 하고 단기전 승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증오가 사랑을 이기고 있다. 그러나 항상 진실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아이들은 누가 돌보는가.

아내와 나는 다 아이들 돌보기를 좋아하나 아무래도 아내가 나보다 낫다. 즐거운 것은 아이들과 함께 배우면서 내가 배운 것을 실천에 옮겨 아이들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삶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음악에 대한 기호가 변하는 것 등에 관해 듣는 것은 참으로 좋은 경험이다. 내가 아이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이들이 나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더 많다.
 

체니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스타가 되기를 원치 않은 사람으로 아는데.

그게 바로 그의 매력이다. 그는 권력에 대한 욕망은 강하면서도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다. 여기서 배운 점은 진짜 권력은 상징적 인물 뒤에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난 그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체이니는 자신과 자기가 믿는 것에 대해 확신을 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나름대로 자기를 희생한 사람이다.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다.
 

‘배트맨’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다시 나올 생각은 없는가.

지금은 내가 하고픈 역을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그런 영화에 안 나온다고 말은 안 하겠지만 현재로선 그런 영화에 마음이 없다.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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