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렉터들의 ‘트로피’ 컬트 와인
100점 평가와 희소성으로
가격 폭등

얼마 전 지인 한 사람이 ‘스케어크라우’(Scarecrow)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 무려 10년 만에 회원가입이 허락됐다며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스케어크라우’는 지난 주 소개한 ‘비비노’(Vivino) 앱 선정 ‘와인스타일상’(Wine Style Award)에서 세계 최고의 인기 1위를 차지한 레드 와인이다. 나파 밸리의 노른자 포도밭에서 자란 카버네 소비뇽 품종 !00%를 사용하여 연간 400~800케이스(병당 800달러)만 생산하는 이른바 ‘컬트 와인’이다.
 

컬트 와인이란 추종자는 많은데 생산량이 적어서 희소성과 투자 가치가 있는 와인, 일반 판매는 하지 않고 회원들에게만 소량 할당되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못 사고 나중에는 부르는게 값이 되는 와인, 최고의 토양에서 최상품 포도만을 선별하여 최고의 기술을 이용해 예술품 만들듯이 양조된 부티끄 와인, 마셔본 사람이 극히 적어서 미스터리와 신비감마저 갖고 있는 와인을 말한다. 
 

컬트 와인이란 단어는 약 30년전 나파 밸리의 몇몇 와이너리에서 나온 극상품의 와인에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매기면서 순식간에 추종자들이 줄을 서면서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4,000)이고 이와 함께 ‘콜긴’(Colgin $700), ‘아라우호’(Araujo $400),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 $1,000), ‘헌드레드 에이커’(Hundred Acre $500), ‘그레이스 패밀리’(Grace Family $400), ‘신 콰 넌’(Sine Qua Non $400) 등이다.(괄호 안은 평균가격)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도 꽤 있고 새로운 컬트 와인이 계속 탄생하고 있어서 이름을 나열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또 과거에는 캘리포니아 와인에만 해당되는 단어였으나 지금은 전세계 산지에서 이와 비슷한 급으로 구하기 힘든 명품와인을 지칭하는 글로벌 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보르도의 5대 샤토와 페트뤼스, 부르고뉴 산 로마네 콩티, 호주 산 그레인지, 이탈리아 토스카나 산 마세토, 스페인 리베라 델 두오로 산 우니코 등을 모두 컬트 와인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컬트 와인이라 할 수는 없다.
 

요즘에는 ‘화이트’ 컬트 와인이라 하여 캘리포니아에서 나오는 고품질의 샤도네를 컬트로 분류하기도 한다. 오베르(Aubert $200), 마카신(Marcassin $500), 콩스가드(Kongsgaard $400), 키슬러(Kistler $100), 피터 마이클(Peter Michael $150) 등이 그들이다. 
 

당연히 이런 와인은 사고 싶어 하는 콜렉터들이 줄을 서있으며 경매에 나오면 오리지널 가격의 몇 배에 팔리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컬트 와인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마시려는 것이 아니라 소장하고 있음을 자랑하거나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 되팔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컬트 와인의 신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며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맛보다는 희귀성 때문이라는 당연한 지적이 있고, 실제로는 가격과 유명세에 비해 맛이 그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컬트 와인 포도밭의 바로 옆 포도원에서 자란 포도는 거의 같은 토양에서 똑같은 날씨와 같은 태양빛 아래 자란 것이다. 그런데 두가지 포도를 원료로 빚은 와인의 가격 차이가 몇배나 난다는 것이 합리적이냐는 질문도 있다. 
 

한 와이너리 관계자는 75달러에 내놨을 때는 안 팔리던 와인이 가격을 125달러로 올렸더니 금방 다 팔리더라고 했다. 어쩌면 컬트 와인은 사람들의 허영심이 만들어낸 ‘넥타르’인지도 모른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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