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와인 두 번 증류한 코냑 짙은 색과 향, 고급스런 맛의 여운이 ‘감동’

5월에도 날씨가 꾸물거리니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코냑 한잔 생각이 난다. 

향이 강하고 고급스런 코냑은 코를 자극하는 그 짙은 향과 혀를 유린하는 그 진한 맛이 몸과 마음과 영혼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술이다. 밑이 넓은 잔에 코냑을 조금 따라서 손바닥 체온으로 감싸면 이윽고 솔솔 올라오는 달콤한 향기가 주변을 가득 채운다. 어떤 술과도 비교할 수 없는 풍요롭고 고급진 맛이 거기에 있다. 
  

코냑(Cognac)은 화이트와인을 증류하여 만든 브랜디다. 그러나 와인을 원료로 한 브랜디가 모두 코냑인 것은 아니고,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만든 것만을 코냑이라고 할 수 있다. 샹파뉴에서 나오는 발포성와인만 샴페인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지역명이 보호받는 것이다.  

코냑은 유명 와인산지 보르도에서 100km 북쪽에 자리잡은 추운 지역으로, 이곳에서 나오는 화이트 와인은 산도가 높고 당도가 낮아서 시큼하고 알코올 도수 낮은(7-9% ABV) 와인이 만들어진다. 그냥 마시기에는 너무 시고 맛없는 이 와인을 증류하여 매혹적인 코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코냑에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위니 블랑(Ugni Blanc)이 98%이고, 여기에 폴 블랑슈(Folle Blanche), 콜롱바르(Colombard) 등의 품종을 섞는다. 와인을 양조할 때는 당분이나 설파이트의 첨가가 일체 금지되는데 이는 증류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순수한 와인 원액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다. 발효를 마친 와인은 구리로 만든 특수증류기에서 두번 증류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명한 무색의 주정을 오드비(eau-de-vie, 생명의 물)라고 한다. 알코올 도수가 72.4%(148proof)나 되는 오드비는 프랑스의 리무쟁이나 트롱세 숲의 참나무로 만든 최고급 오크통에서 4월1일부터 그해 가을 포도 수확기까지 숙성시킨다. 레이블에 표시되는 코냑의 숙성연도는 그 이후부터의 숙성을 말하는 것으로 최소 2년 이상 숙성해야 코냑이라 할 수 있다. 코냑은 숙성할수록 색깔이 황금색으로 진해지면서 향기는 캐러멜, 토피, 가죽, 코코넛, 스파이스 등을 얻게 되는 한편 알코올 함량은 40%까지 낮아진다. 

코냑은 숙성연한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지만 숙성연도(빈티지)를 명시하지는 않는다. V.S.(Very Special, 최소 2년 숙성), V.S.O.P.(Very Superior Old Pale, 최소 4년 숙성), X.O.(Extra Old, 최소 10년 숙성)이 있고, 그 이상을 넘어서 수십년 묵었거나 특별히 품질이 상급인 코냑은 Très Vieille Réserve(Very Old Reserve), Hors d’Âge(Beyond Age), Heritage(40~60년 이상 숙성) 등으로 표시한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나폴레옹(Napoleon)은 정규 등급이 아니라 VSOP와 XO 사이에 숙성 15년 이상된 코냑에 특별히 붙이는 명칭이다.

코냑의 황홀한 맛은 절묘한 블렌딩에서 탄생한다. 코냑 하우스마다 여러개의 증류장과 포도밭은 갖고 있어 수백 종의 오드비가 나오기 때문에 셀라 매스터가 이를 적절히 섞어서 늘 일정하게 최고의 맛을 유지하는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코냑 지방에는 무려 4,500여 양조업자가 있는데 이중 자기네 이름의 코냑을 만들어 파는 곳은 350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중에도 우리가 이름을 아는 곳은 얼마 되지 않고, 300여곳의 코냑하우스가 소규모이다. 가장 잘 알려진 코냑 브랜드는 헤네시(Hennessy), 마르텔(Martell), 레미 마르텡(Rémy Martin), 쿠르부아지에(Courvoisier)로, 이 4대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다섯 번째로 큰 카뮈(Camus) 브랜드만이 아직도 가족이 운영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전체 생산량의 2~3%만 프랑스에서 팔리고 나머지는 모두 수출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수입국이 미국이고, 다음이 싱가포르와 중국 순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주 소비층이며 주로 클럽에서 VS 코냑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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