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러지 환자의 항공여행 규정

최근 마련된 정부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항공여행객들 가운데 본인 혹은 동행 자녀가 치명적인 음식 앨러지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기내에 우선적으로 탑승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지난 2016년 9월, 아메리칸항공의 탑승구 담당직원은 땅콩과 야채 씨앗 등에 치명적 음식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일곱 살짜리 딸의 좌석 주변 청소를 위해 일반 대기 승객들보다 먼저 기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니콜 맥켄지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니콜의 가족은 연방 교통부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했고, 관련당국은 지난달 아메리칸 항공사가 항공기 탑승권한법(ACAA)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ACAA는 장애자보호법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적용대상은 항공사들로 제한된다.  

장애자보호법에 따라 연방 교통부는 심각한 앨러지를 해당 승객의 호흡기능, 혹은 그 이외의 “주요 생명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장애”로 간주했다. 아들이 심각한 음식물 앨러지 증상을 보인다는 여행 & 음식 전문 블로거 라이앤 맨델바움은 “이제까지 음식 앨러지를 지닌 승객의 안전은 승무원들의 기분에 의해 일방적으로 좌우됐다”며 “당국의 결정이 나왔을 때, 홀로 차 안에 앉아 한 시간 동안 펑펑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메리칸 항공사에 대한 경고는 항공사들과 음식 앨러지를 지닌 승객들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나왔다. 

이들 중 일부는 앨러지 유발항원으로 오염된 물체의 표면에 피부가 닿기만 해도 부종, 두드러기, 혈압강하, 쇼크와 기도협착 등을 초래하는 이른바 아나필락시스(과민증) 증상을 일으킨다. 아나필락시스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우선탑승을 요구하거나 기내 음식 정보를 문의하는 승객들은 아예 기내 탑승이 금지되거나, 심지어 배정된 좌석에 착석한 후에도 승무원들에 의해 강제로 기내 밖으로 끌려 나갔다. 

이처럼 긴장과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일부 승객들은 자신에게 음식 앨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조차 꺼려했다. 

항공기 운항 중 의료 비상사태를 추적한 자료는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앨러지 반응은 그다지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객기 회황의 가장 흔한 이유는 가슴통증과 심장마비였으며 기내 의료비상사태 가운데 앨러지 반응이 차지하는 비중은 4%미만에 불과했다.  

아메리칸 항공사에 제기된 다른 두건의 불만은 교통부에 의해 기각됐다. 이에 앞서 지난 연말 아메리칸 항공이 음식 앨러지를 지닌 승객들의 우선 탑승을 불허하는 정책을 조용히 바꾸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항공 대변인에 따르면 땅콩을 비롯한 견과류에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승객들은 탑승이 시작되기 전 기내에 먼저 들어가 그들에게 배정된 좌석과 주변을 깨끗이 닦을 수 있다. 

아메리칸 항공사 공식 웹사이트에는 이 같은 변화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항공사 사이트에는 기내 서비스로 승객들에게 땅콩이 제공된다는 고지문과 “항공사는 특정 음식을 서브하지 말라거나, 견과류 버퍼존(buffer zone)을 설치해달라는 따위의 요청을 수용할 수 없으며, 승객들이 운항 중 땅콩 등 견과류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 역시 해 줄 수 없다”는 경고문이 떠 있다. 일부 항공사들은 땅콩 앨러지 환자들을 수용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장애인권리 옹호론자들은 이런 정책들이 일관성 있게 집행되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한다.   
 

델타항공은 앨러지 환자에게 우선탑승을 허용하는 한편 기내서비스인 땅콩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우스웨스트는 2018년 8월부터 이 항공사의 대표적인 스낵인 땅콩을 프레츨과 다른 간식으로 대체했다. 

제트블루는 땅콩 서빙을 중단했으나 다른 견과류는 그대로 제공하며 심각한 앨러지를 지닌 승객 주변에 넛-프리(nut-free) 버퍼존을 설치할 예정이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포장된 땅콩 서빙을 중단했지만 기체에 음식물 앨러지 유발항원이 전혀 없다는 보장은 해주지 않는다.  

유나이티드 항공 대변인은 앨러지 환자의 우선탑승 허용은 기체 사이즈, 승무원의 여력과 비형편의 정시 이륙 여부 등에 달려 있다고 밝혔으나 이 항공사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우선탑승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공표된 정책은 아니다”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교통부의 결정은 심각한 음식 앨러지를 보이는 승객들은 장애자이고, 따라서 장애자 관련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가정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와 유사한 케이스가 또 하나 있다. 

최근 연방항소법원은 중증 셀리악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가 집에서 가져온 글루텐-프리 음식을 식당에서 먹지 못하도록 막은 버지니아주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의 레스토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5학년생인 문제의 어린이는 식대까지 지급했으나 18세기 복장을 착용한 여종업원에 의해 레스토랑 밖으로 끌려 나갔고, 결국 비를 피해 식당 뒷문 계단 위에 앉아 식사를 해야 했다.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 재단은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한 제4연방순회항소법원의 결정으로 “식품서비스업계의 생명선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재고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 레스토랑을 상대로 한 소송은 아메리칸 항공의 앨러지 승객 케이스를 담당한 워싱턴의 장애자 관련법 전문변호사 매리 바가스가 맡았다.  

이들 두 건에 대한 판결은 심각한 음식 앨러지, 혹은 청각상실까지 장애의 범주에 포함시킨 장애인보호개정법에 부분적인인 근거를 두고 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장애와 관련한 카운슬링을 제공하는 워싱턴의 변호사 이브 힐은 “이들 두 개의 케이스는 우리 사회가 비로소 앨러지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장애인보호법을 집행하는 일선 기관들 역시 이것이 실질적인 문제임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며 “심각한 음식 앨러지 역시 분명한 장애”라고 강조했다. 

글 : The 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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