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3:파라벨룸’에서 격투에
능한 맹견훈련사 소피아로 나온
할리 베리


 
초콜릿 피부를 지닌 할리 베리(52)는 ‘검은 미녀’라 부를 만큼 아름다웠다. 긴 머리로 두 볼을 덮은 얼굴 모습이 여고생처럼 젊어 보였는데 미소를 지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야무진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얼굴이 어딘가 과거와 다소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질문에 가끔 큰 소리로 웃어가며 솔직하고 자상하게 대답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하는 액션영화 ‘존 윅3:파라벨룸’에서 현상금을 노리고 몰려오는 킬러들과 싸우는 존 윅을 돕는 격투에 능한 맹견훈련사 소피아로 나온 할리 베리와의 인터뷰가 최근 뉴욕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계속해 액션을 해야 하는 역인데 육체적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가.

내 전 연기 생활을 통해 지금까지 역을 위해 한 신체단련 중에서 가장 혹독한 단련을 해야 했다. 유도, 아키도, 쿵푸 등을 배워야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다뤄본 무기사용법도 배워야했다. 거기에 영화에 나오는 맹견훈련까지 해야 했다. 6개월 간 매일 8시간씩 격투를 배우고 사격장에 나갔는데 그 후에도 두 세 시간을 개 훈련까지 해야 했다.
 

개들을 다루기가 어땠는지.

정말로 똑똑하고 훌륭한 개들이다. 물론 훈련을 받은 개들이지만 그들이 영화에서 도저히 해낼 수가 없으리라고 생각한 액션들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에 사용된 개는 모두 5마리로 그 중 일부는 잘 생겨 얼굴만 내밀었고 나머지는 달리고 뛰는 액션을 좋아하는 개들이어서 액션 신에 동원됐다.
 

나이 52세인데도 액션영화에 나오기에 충분한 육체적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는가.

이 역을 하기에 충분한 완력을 지녔다고 생각해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에게 꼭 해야겠다고 졸라대 채드는 나를 쓸 수밖에 없었다. 50이 넘었기에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린 나이 차별에 대해 직면해 도전해야 한다. 숫자에 의해 규정지어지는 것에 지쳐 이 역으로 그 것에 도전하는 자세로 임했다.
 

당신의 정신적 건강도 여전히 왕성한가.

그렇다. 정신적으로 강해야 육체적으로도 강할 수가 있다. 둘은 함께 손을 잡고 간다.
 

언제나 봐도 단단한 체격에 날씬한데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지.

내 신체조건은 늘 같다. 난 어렸을 때 체조로 몸을 단련했고 그 후에도 늘 내 삶의 한 부분이 되다시피 한 스포츠로 몸을 단련한 덕택이다.
 

‘존 윅’ 시리즈를 좋아하는 여성 팬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존은 처음에 죽은 아내가 준 개가 살해되면서 복수를 시작한다. 우선 그런 점이 여성 팬들의 감정에 어필한 것 같다. 액션을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격투와 폭력신은 단순히 몰지각한 폭력이라기보다 거기에서 한 단계 올라선 발레 장면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영화도 현실이라기보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지녀 폭력도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들이 영화가 여성 팬들에게 어필하는 이유라고 본다.
 

당신은 영화에서 위급 시 당신이 훈련한 개들의 도움을 받는데 실제 삶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구를 부르는가.

절대로 아무도 안 부른다고는 말 안하겠으나 난 늘 자립해 왔다. 물론 내 주변에도 날 도와줄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난 내 문제를 혼자 해결하면서 살아왔다. 주위의 사람들이란 왔다 가게 마련이다. 평생을 함께 있을 사람이란 거의 없다. 사람들이란 밀물과 썰물처럼 들락날락하게 마련이다.
 

그런 생활방식이 건전하다고 보나.

내겐 그렇다.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여기에 있고 또 내 머리도 돌지 않은 것이다.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는 것은 내 철학이다.
 

당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5학년 담임 흑인 여선생님이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때였는데 두 살 때 집을 나간 내 아버지는 폭력을 휘두르는 술주정뱅이로 가끔 집에 찾아와 폭력을 휘둘렀다. 난 공포에 떨며 살아야했다.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을 때 날 학교에 데리고 간 사람이 그 선생님이었다. 내 어머니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여서 날 도와주질 못 했다. 어머니 대신 선생님이 날 역사박물관에도 데려가고 또 흑인 역사에 대해서도 가르쳐줬다. 그리고 내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 선생님이 내 인생의 구원자로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도 선생님 덕분이다. 
      

작품은 어떻게 선정하는가.

나는 일을 좋아하지만 내용이 날 정말로 흥분시키는 것이라야만 한다. 내 다음 영화는 ‘브루즈드’(Bruised)로 내가 감독으로 데뷔한다. 종합무술 격투 여선수의 얘기로 채드가 영화의 액션과 스턴트 부분을 감독한다. 오는 여름부터 뉴욕에서 촬영에 들어간다.
 

그 동안 여러 감독들과 일을 했는데 나쁜 감독이란 어떤 사람인가.

감독이란 영화 제작을 위해 다방면에서 고용된 사람들을 잘 다룰 줄 알고 또 복잡한 제작과정이라는 항해를 잘 헤쳐 나가야 하는 팀 플레이어야 한다. 따라서 영화에 관계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협동하지 않는 감독이 나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와 여러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창조적 의견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로 이들의 창조성을 살리지 않는다면 영화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좋은 감독은 작품을 만드는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고 또 그들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나도 ‘브루즈’를 만들 때 이 점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청춘기에 감동 있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는 더스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이 나온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다. 그 영화를 보고 난 언젠가 반드시 아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아이를 둘러싼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과 다툼과 함께 그 사이에 낀 아이의 입장을 철저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이 영화를 11세난 내 딸과 함께 본다. 그 아이도 이혼가정의 아이여서 영화를 잘 이해 할 수 있다고 본다. 영화가 이렇게 때론 교훈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당신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감독은 누구인가.

내 친구요 내가 의문이 있을 땐 조언을 해주는 워렌 베이티다. 그는 내가 물어볼 것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다. 그리고 남자들 위주인 감독의 세상에서 자기 뜻을 지키면서 살아남아 활동하는 여류 수잔 비어의 조언도 구하곤 한다. 그 밖에 마크 포스터와 데이빗 O. 러셀도 내가 귀감으로 여기는 감독들이다.   
 

평생에 주먹과 발길질을 하면서 남자와 싸워본 적이라도 있는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영화를 위해 무술을 배우면서 배운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으면 무술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만난 무술 실력자들은 한 결 같이 매우 친절하고 양순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꼭 필요하면 배운 대로 무술을 써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싸움을 피하라는 것이었다. 한 가지 알려줄 것은 그동안의 연습으로 내 무술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를 안 찍을 때는 하루를 어떻게 지내는가.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조반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인 뒤 학교에 데려다 준다. 그리고 신체단련을 한다. 운동이 내 하루의 큰 몫을 차지한다. 그리고 앞으로 만들 영화를 위해 사람들을 만난다. 오후에는 저녁을 짓고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 축구나 배구 같은 방과 후 활동에 데려간다. 집에 와선 아이들 숙제를 도와주고 저녁을 먹고 저녁 10시에 취침하는 따분한 일상이다.
 

아이들을 이혼한 전 남편 집에 데려다 주고 혼자 있을 땐 어떻게 지내는가.

아이들 돌보느라 못 읽은 책을 읽고 오래 동안 목욕을 하고 얼굴과 머리와 손톱을 다듬는 등 여자가 흔히 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오래 하이킹을 한다. 한 마디로 말해 내가 하고픈 일을 한다.
 

여행한 중에 좋았던 곳은 어디인가.

모로코다. 그리고 인도에 가면 내가 그 곳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나는 인도문화와 사람들 속에 잘 섞여드는 것 같다. 음식도 인도음식을 좋아한다. 그리고 파리도 아주 좋아한다. 파리가 아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것 같다. 노트르담 성당이 불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었다.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가.

난 동물애호가다. 개와 고양이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와 모르모트와 도마뱀도 키운다.

글 :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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