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과 암

여름철은 바비큐의 계절이다. 그러나 주의할 게 있다. 

미국암연구협회는 그릴을 이용해 고기를 구울 때에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와 이종환식아민(heterocyclic amines) 등 암과 관련이 있는 두 가지 타입의 혼합물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음식, 특히 육류를 그릴 위에서 요리할 때 발생한다.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와 이종환식아민이 체내에 들어가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실험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DNA를 변형시켜 간접적으로 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연구소 암 역학 및 유전학부 선임 조사관인 라시미 신하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는 유기물, 특히 고기 지방이 그릴의 쇠창살 틈새로 떨어져 탈 때 그 안의 탄소가 불길로 인해 연소되면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때 나오는 연기가 고기를 감싸며 발암성 화합물을 덧입힌다. 
 

HCA라 불리는 이종환식아민은 그릴의 쇠창살 혹은 고기에 들러붙은 숯검정을  가리킨다. 숯검정은 돼지고기, 쇠고기, 양고기, 염소 고기 등 붉은 살코기와 칠면조 고기와 닭고기 등 흰색 살코기 및 생선이 고온과 접촉할 때 발생한다.   

미국 암협회의 상무이사로 활동하는 콜린 도일은 “고온에서 그릴로 굽거나 심지어 프라이 팬으로 튀겨도 고기에 함유된 아미노산이 크레아틴이라는 또 다른 물질과 반응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크레아틴은 흰색 및 붉은색 살코기에서만 발견된다. 

도일은 “아미노산과 크레아틴의 반응으로 HCA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스파라거스, 호박, 고추를 비롯한 야채들을 그릴위에서 구울 때에는 HCA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어떤 생활습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암 위험이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HCA가 인체에 얼마나 해를 끼치느냐는 몸 안에 흡수되는 HCA의 양에 달려 있다. 

만약 1년에 한 두 번 그릴로 고기를 구워 먹는 정도라면 행여 암에 걸릴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만 여름철을 맞아 매주 한 두 번 바비큐 파티를 한다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소한 조치들을 통해 유해한 혼합물에 노출될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1. 가공육을 피하라

전문가들은 붉은 살코기, 특히 핫도그와 같은 가공육보다 생선, 해산물, 가금류 고기 혹은 식물 기반 음식물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세계건강기구(WHO)는 이미 가공육을 발암물질로 간주하고 있으며, 붉은 살코기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물론 생선과 해산물을 그릴로 구울 때도 HCA가 생기지만 쇠고기나 닭고기만큼 오래 굽지 않는다면 유해한 혼합물의 축적을 줄일 수 있다. 

2. 먼저 양념에 재워두라

고기를 최소한 30분간 양념장에 재워두면 육류와 생선, 가금류 고기, 생선에 생기는 HCA를 줄일 수 있다. 

확실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양념이 방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암연구협회의 연구담당 부사장 닉겔 브락턴은 “설탕과 오일로 양념을 하면 이것이 고기와 열 사이의 장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기가 아니라 양념이 타서 녹아들게 된다”며 “양념된 고기가 더 맛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3. 과일과 야채를 고기와 함께 요리하라 

많은 종류의 과일과 야채는 암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그릴 위에 놓고 구워도 HCA가 생기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고기를 조미료처럼 사용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네모썰기로 조각 낸 닭고기를 썰어놓은 고추와 양파, 아니면 복숭아나 파인애플과 꼬챙이에 꿰어 고기와 함께 그릴에 구우면 이들과 고기가 계속 뒤섞이면서 뜨거운 판에 직접 노출되는 면이 줄어든다. 팬으로 고기를 튀길 때에도 마찬가지다.

4. 향료를 사용하라

브락턴 박사에 따르면 고기를 허브와 향료, 티(tea), 칠리 페퍼 등 페놀 화합물을 지닌 재료들과 함께 구우면 그들 안에 함유된 항산화성분으로 인해 발암성 화합물의 형성이 억제된다. 

5. 연기를 주의하라

T.H.챈 공중보건대학원은 건강한 여름철 피크닉을 위해 그릴링을 할 때 되도록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권한다.  

6. 숯검정까지 먹지 말라 

갈비나 스테이크의 뼈 가장자리에 들러붙은 시꺼멓고 바삭하게 탄 크러스트는 암을 유발할 위험성이 높은 혼합물로 간주된다. 

도일은 사용에 앞서 그릴 그레이트를 깨끗이 닦고 이전에 들러붙은 숯검정을 말끔히 떼어낼 것을 권했다. 

7. 굽는 시간을 줄여라

브락턴 박사는 “요리시간이 길어질수록 화학반응도 더 오랫동안 일어나기 때문에 많은 양의 HCA가 생긴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웨이브에서 일단 한번 굽거나 요리한 고기라면 표면에 생기는 HCA 막이 그리 두텁지 않다. 카밥(kabob)처럼 고기를 잘게 썰수록 요리가 빨리 되기 때문에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름철 건강한 피크닉을 위해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이 내놓은 안내서에 따르면 알루미늄 호일에 싼 음식물을 그릴 위에 놓고 구우면 연기를 줄이고 요리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8. 땔감은 단단한 나무를 사용하라

도일은 “땔감의 유형도 HCA 생성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히코리와 단풍나무와 같은 단단한 경목은 소나무처럼 연한 연목에 비해 낮은 온도에서도 잘 탄다. 그릴을 이용한 요리는 낮은 온도에서 잘 타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9. 지방을 사전에 제거하라 

전문가들은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노출을 극소화하려면 고기를 구입할 때 지방이 없는 부위를 선택하고 요리를 하기 전 눈에 뜨이는 지방을 제거해 그릴 그레이트 아래로 떨어지는 기름방울을 줄이라고 권한다. 

그릴 아래로 떨어진 기름방울은 불과 접촉해 연기가 되어 다시 올라온다. 도일은 기름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그릴 위에 놓인 고기를 포크나 칼로 찔러 구멍을 내지 말라고 말했다. 
 

10. 자주 뒤집어라

국립암협회의 지침에 따르면 높은 온도에서 요리를 하면서 고기를 자주 뒤집으면 HCA 생성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글 : The New York Times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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