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버네 소비뇽 vs 멀로

카버네 소비뇽과 멀로는 레드와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품종이다. 둘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고, 늘 함께 블렌딩 되지만 각자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는 품종이다.

카버네 소비뇽과 멀로는 자주 함께 비교되지만 사실 그 맛을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면 전문가들도 자주 헷갈리는 것이 바로 이 두 품종이다. 카버네는 태닌이 많고 진하다든가, 멀로는 부드럽고 과일향이 더 많다는 식의 설명은 크게 도움되지 않는 것이, 테루아에 따라 또 와인메이커의 스타일에 따라 캡이 멀로처럼 부드러워질 수도 있고, 멀로가 캡보다 더 진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품종의 원산지는 프랑스 보르도이며, 1600년대에서 1700년대 사이에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르도 사람들은 지롱드 강을 사이에 두고 강 왼쪽 토양에서는 카버네 소비뇽이, 강 오른쪽 토양에서는 멀로가 더 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유명한 보르도 좌안(left bank)과 우안(right bank)의 구분이 생겨났으며, 이것은 레드 와인을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상식에 속한다.

오늘날 고가에 거래되는 보르도 와인들, 특히 5대 샤토를 비롯한 61개 그랑 크뤼(Grand Crus) 등급의 샤토들은 모두 강 왼쪽에 있는 카버네 소비뇽 블렌드의 와인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강 오른쪽의 멀로 위주의 와인들의 수준이 뒤지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단지 와인 등급을 처음 정했던 1855년에 보르도 상공회의소가 좌안 지역만을 심사 대상에 포함했던 것이다.

한 예로 우안에서 나오는 ‘페트뤼스’(Petrus)와 좌안에서 최고로 치는 샤토 라피트 로쉴드(Chateau Lafite Rothschild)의 2000년 빈티지 평균 가격을 와인서처(wine-searcher.com)에서 비교해보면 페트뤼스 5,875달러, 라피트 로쉴드 1,795달러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즉 멀로 주품종의 와인이 카버네 블렌드보다 훨씬 고가에 거래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보르도 오른쪽에서는 ‘르 팽’ ‘라 플뢰르’ ‘슈발 블랑’ ‘오손’ 등의 훌륭한 와인들이 많이 나온다. 이런 와인들은 카버네 블렌드 못지않게 풀바디에 태닌이 많고 진해서 가격도 비싸고 오래 숙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르도 우안에서 나오는 와인들은 좌안의 카버네 와인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마실 수 있는 부드러운 와인이 많다. 

영화 ‘사이드웨이즈’(Sideways, 2004)에서 주인공 마일스는 멀로가 너무나 개성없고 매력없고 영혼없는 와인이라고 대놓고 무시한다. 하지만 두 품종은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는,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진 와인일 뿐이다. 나파 밸리에서 좋은 멀로를 만드는 와이너리로는 덕혼(Duckhorn), 니클 앤 니클(Nickel & Nickel), 프라이드 마운틴(Pride Mountain), 에멀로(Emmolo), 러더포드 힐(Rutherford Hill), 글기치 힐스(Grgich Hills) 등이 있다.

멀로 : 체리와 초컬릿 맛이 특징. 

섬세하고 부드럽고 균형 잡힌 과일향의 달콤한 맛 때문에 파티에서 서브하기 좋은 와인으로 각광받는다.

오래 숙성하지는 못하지만 금방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잔에 따랐을 때 가장자리를 보면 가넷과 오렌지 색조 띤 것을 볼 수 있다.

카버네 소비뇽 : 블랙 체리, 코코아가루, 자두와 스파이스, 허브, 올리브, 토바코, 연필심의 플레이버를 느낄 수 있다.

태닌이 많아서 오랜 숙성이 가능하고 풀바디의 강렬한 맛과 튼튼한 구조, 롱 피니시를 자랑한다. 스테이크나 프라임 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색깔이 더 진하지만 가넷(garnet)보다는 핑크 색조를 띤 것을 볼 수 있다. 


글 : 정숙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